[단막극 b] 8장
#무대 1
지나치게 자조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무대 위에 서는 이들의 인생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가에 대해 읊조리는 듯한 대사들이 겉돌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무대에 대해 생각했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특정한 공연을 펼친다-그곳에 간다. 즉, 무대를 보러 간다는 것이 무대 밖의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하고. 문화사회학적 자위행위라기엔 무대 자체가 너무 흔해졌고, 감정적 위안 또는 유흥이라 하기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약하다. 배우의 땀, 호흡, 관객과의 소통, 교감-이런 요소들이 정말 인간 대 인간 상호작용이 점점 무색해지는 세대가 그리워하고 되찾고자 하는 요소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무대 위의 이들이 ‘우리가 이렇게 처절하게 하고 있으니 한 번 봐주세요’라는 식으로는 관객을 무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오늘날의 ‘무대’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무대만큼이나 변해버린 관객과 세상에 대해 고민해 봄이 나을 것이다.
#무대 2
얼마만의 오페라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여하튼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오페라를 본 지가. 오페라 좋아한다고 한 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에 무색한 게 사실이었다. 그건 아마도 몇 시간 동안이나 몸이 부서져라 노래하는 성대들이 부담을 넘어선 졸음으로 다가왔던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그게 좀 미안했다. 한참을 쉬었으니 괜찮으리라 여겼다. 다른 작품에 비해 유명 아리아가 상대적으로 적은 작품이었지만, 주조연들의 연기 덕분에 극이 살았다. 근데 무대가 문제였다. 레일로 변한 바닥 때문에 배우들의 동선이 꼬였고, 복층 무대에 프로젝터에 메인아리아에-게다가 자막까지-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멀티태스킹의 시대라지만 무대까지 연신 울어대니 스마트폰을 꺼 놓은 보람이 없었다. 과도기에 놓인 무대가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는 현장을 목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실험이란 느낌이 들었다. 관객까지 실험대상으로 만드는 무대 안은 여전히 깜깜하다.
*참고: 장진 作 ’리턴 투 햄릿’ (동숭아트홀), 푸치니 作 ’투란도트’ (Deutsche Oper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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