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KTX를 타고 서울 나들이. 야릇한 모교방문. (모든 학교는 졸업하고 더 좋아지더라고) 추억과 설움(?)이 깃들여 있던 구본관 건물이 헐린 터는 생각보다 드넓었다. ‘그곳엔 뭐가 들어오누’라고 물으시던 택시 기사님에게 ‘글쎄요, 나무라도 잔뜩 심으면 좋겠네요.’했지만 아마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동행은 산뜻하게 ‘야외수영장’을 외쳤지만, 글쎄 실현가능성은?)
가까스로 11시에 시작된 Roy Ascott(University of Plymouth)의 Keynote를 들었고, 벌써 중극장 안은 2/3이상의 객석점유율을 자랑했다. 역시 극장이 잘 지어진 까닭인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분위기는 그럴싸했고, 동시통역의 목소리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전반적인 진행은 매끄러웠다. <Art & Aporia: Transactions in a variable reality>라는 주제의 Ascott의 발표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 많았지만, 웹2.0에서 3.0시대로의 이행에서 나타나는 (일상)예술적 행위들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아 여러가지 단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대부분의 심포지엄은 지루하기 마련이고,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아악- 이런 불문율을 깨줄 사람은 진정 없는 것인가!!!)
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CCRMA(Center for Computer Research in Music and Acoustics)과 한예종의 네트워크 공연이 예정보다 30분 늦어진 12시 반부터 시작되었다. CCRMA에서 6명의 컴퓨터 연주자들이 기본적으로 디자인된 전자음악악기를 연주하고 동시에 전통예술원 학생들이 중극장 상설무대에서 협연을 펼쳤다. 간(間)이란 컨셉을 가지고 ‘천∙지∙인’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 공연은 미국 현지에 파견된 두 대의 카메라를 통해 중첩된 영상과 현장에서의 공연이 일종의 즉흥연주와 같은 형태로 이뤄졌다. 제1부인 ‘천’에서는 대취타를 2부 ‘지’에서는 설장고를 ‘인’에서는 정가를 선보이며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별 진행상의 문제 없이 끝이 났지만, 여타 ‘네트워크 퍼포먼스’ 이상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부분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공연의 완성도도 높았고, 기술상에 있어서도 진일보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그런 요소를 기본적 인프라라고 가정하고 예상치 못한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도달했었다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11월에 있을 CT대학원 내 SymCT에서도 걱정되는 부분이긴 하다.)
그 외에도 몇 개의 볼거리.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시는 한국영상학회, 중앙대, 서울대, 이화여대, 그리고 한예종 등의 구성원들이 참가하였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선상에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거기다 식당 앞에서는 예기치 않은 즉흥공연까지 있어 따뜻했던 오늘의 햇살을 한결 멋드라지게 장식해주었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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