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0km, 240분, 132,000원.
어제 저녁 유성에서 출발해 서초 예술의 전당에 도달하기까지 지불해야 했던 물질적 및 비물질적 가치다.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정명훈, 랑랑이 합세한 어제 콘서트 홀에서의 연주는 대형 기획 공연답게 거의 만석에 가까운 흥행 결과를 낳았다. 추석 전야라 그런지 시 외곽이고 내부이고 할 것 없이 정체가 빚어지지 않는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 까닭 때문인지 늦은 관객도 꽤나 많았다고 한다. 무려 30분이나 늦어 결국 1부 앵콜만 겨우 엿들을 수 있었던 나로서는 애꿎은 외부상황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더 치밀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컸지만서도.
빨간 후미등 불빛 사이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쯤, 자문했었다. 과연 가치를 환산하는 법은 상대적인가 하고. 특히 정서적/감정적 가치일수록 그를 환산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무슨 문화적 사치를 떨려고 이 고생을 사서 하나 싶은 마음에 스스로가 우습게 보이기도 했고, 중간 지점에서 그냥 돌아가버릴까 싶은 충동에도 사로잡혔다. 부은 다리를 주물러가며 올라가던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 홀 사이의 계단은 왜 그리도 높게만 보였는지. 좋은 공연을 향유하고자 하는 기대감과 궁상맞기 짝이 없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빼다 박은 것만 같아 순간 징그러웠다.
그래도 참 기막힐 노릇이었다. 부리나케 달려들어간 공연장 한 켠에 서서 어둠을 휘감는 쇼팽 에튀드 Op. 10-3(앵콜곡)을 들으니 누적되었던 피로와 씩씩거렸던 숨 모두 언제 그랬냐는 잠잠해졌다. ‘이별’이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의 잔잔한 도입부가 무언가를 보상받고자 했던 마음의 빚더미를 잦아들게끔 했다. 몇 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던 두 귓가에 151.70km, 240분, 그리고 132,000원을 거뜬히 능가하는 가치가 안착되었다.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 오랜 기다림 끝에 고백하는 입술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비단 물리적인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이 꼭 좋아하지만은 않는 일들을 하고, 예의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것만으로 채워진다는 게 버겹게 느껴지곤 한다. 하루 하루를 수면으로 매듭짓는 것도 간당간당할 노릇인데, 거기다 무슨 취미나 여가생활이라는 게 사치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도 다분히 우리 안에 내재된 감정기제를 세심하게 닦아줄 필요가 있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꽤나 요망한 것이라 꾸준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정제 값이 너무 많이 든다고 불평하지 말자. 쓰라고 있는 게 돈이고, 보내라고 있는 게 시간이요, 즐기라고 있는 것이 삶이니. 때때로 가치는 ‘내 맘대로’ 환산되는 법이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선포한 새로운 수목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 내 클라리렛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순재에게 오보에를 가르치느라고 담당 오보이스트가 꽤나 고생했다고 한다. 하긴 이순재도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한다. (존경) 오케스트라 엑스트라로 분한 다른 사람들도 김명민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고 하니, 역시! 꺅, 강마에! 강마에! 장근석의 앞날에 대한 걱정(그의 나르시즘)도 잠시 접어두고, 소녀의 마음으로 감상해 주련다. <노다메 칸타빌레>와 여러모로 비교되겠지만, 이 정도 출발이면 주눅들 필요 전혀 없단 생각이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새 야심작, 한국드라마의 앞날이 밝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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