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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로봇 전쟁의 서사
  2. 2009/06/28  젊은 그대
  3. 2009/06/21  꾼의 변
  4. 2009/06/19  정치적 암컷

로봇 전쟁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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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어린이 물이니 괜찮으려니 했다. 조금 유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간 키덜트를 위해서도 뭔가 짜잔-‘하고 와 닿는 부분이 있길 바랬는데, . 영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은 조금 갈증 나는 로봇의 서사를 보여주었다.

비주얼적 서사

전작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하는 CG를 사용했다는 2. 그 안에 투자되었을 인력과 렌더링 시간만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2>는 그들의 슬로건 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를 근본적으로 의심케 했다. 20인치 모니터를 통해 봤어도 1편은 충분히 크고 센 로봇들이 많이 등장해 심장이 쿵쾅거렸는데, IMAX관에서 린킨파크의 신나는 사운드와 함께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2편에 대한 재미가 덜했던 것일까. 그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CG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영상관련업자들의 관심사는 트랜스포머 제작자들과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눈이 그를 따라가고, 심지어 재미있다, 흥분된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는 한정되어 있다. 문제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CG 기술이 인간 시각과 인지의 한계점을 추월할 경우이다. 사견으로서는 <트랜스포머 2>또한 같은 난제에 봉착해있는 듯하다. 만드는 사람입장에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비주얼)기술적 업적을 달성한 것이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더 화려해 전반적 흥분을 더해준다기 보다는 하도 정신 없이 지나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 엄청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는 건 안다정도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쟁의 서사

앞서도 말했듯 그냥 애들이 보는 건데라고 하고 서사에 구멍이 많이 나 있다면 그야말로 애들에게 실례다. 체감하기론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논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겟층이 어리더라도 구성은 탄탄히 하는 편이 낫다. 1편에서는 로봇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었고, 로봇들 간 선악구조가 소개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개별적 서사와 전체의 서사가 잘 맞물려 들어갔다. 그러나 외계로봇으로 알려진 오토봇들이 선사시대부터 지구에 존재했었다는 전제로 시작한 2편에서 벌어진 로봇 간 전쟁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다. 로봇의 모양새가 조금 더 정교해지고, 그들의 감정과 인격이 조금 더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대신 개개 로봇 별 특기나 특징이 더 확연히 들어난다거나, 전쟁의 이유와 그에 협조하는 여러 인간의 형상들이 조금 더 일관적이라면 한층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

재미있었던 건, 인간의 업적이라고 알려진 여러 문화유물들, 특히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것이 실제로는 로봇의 조상이 위장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란 설정이다. 혹자는 미국 출신 제작자의 오만이라고 혹평했지만,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외계로봇 또한 인간과 같이 조상이나 계보를 중요시하고 위계질서를 존중하거나 선악과 같은 가치를 따른 다는 점, 그들에게도 인간의 감정과 유사한 것이 있어 인간에게 친화적이거나 적대적일 수 있다는 생각 등. 모두 인간에서 출발한 발상이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주인공 샘에게 접근한 금발의 미녀였다. 인간의 형상으로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외계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은 캐릭터에 있어서의 진화다. 그러나 이는 SF물에서 자주 등장했던 공식이었고, <트랜스포머 2>에서는 단 한 번밖에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9/06/29 12:33 2009/06/29 12:33

젊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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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1917) by Arthur F. Mathews


낭랑한 김수철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젊은 그대에게 잠 깨어오라-던 그의 주문. 오랫동안 삶의 분주함, 그 뒤편에 묻어두었던 게 아닌가, 후회가 밀려온다. 눈물이 많아진 나이. 젊은 그대-라는 네 음절의 이 단어만 들어도 눈시울이 금새 촉촉해진다. 손에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앞에 가는 길 뿌옇게만 보여도, 괜찮지 않은가. 그대는 젊은데, 이렇게 젊은 그대인데.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는 다른 노래의 가사도 문득 스쳐 지나간다. 누구는 벌써 성공했다는데, 누구는 엄청 안정적으로 보이던데. 늘어놓고 보면 모두 남의 자랑, 곰곰이 따져보면 모두 남의 소문. 그런 것들에 왜 그리도 연연했는지, 작은 것들에 뭘 그리도 절망했는지. 책상 옆 켠에 잔뜩 붙여놓은 계획들이 초라해 보였다. 몸뚱아리 하나, 혈기 하나, 젊음 하나. 그걸로 승부 걸어볼 배짱은 없는 것이더냐. 그렇게 다 두드려보고, 재보고, 심사숙고만 하다 네 젊음은 눈깜짝할 새에 도둑맞겠구나. 그렇겠구나, 이 년. 깜깜한 밤공기 사이로 불호령이 떨어져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떤다. 그래. 젊음은 묵은지가 아니다. 묵힐수록 오래될수록 맛이 나는 건 따로 있다. 겁 없이 덤벼보자. 눈 감고 달려보자. 넘어지던, 엎어지던 상관없다. 어찌되어도 괜찮다. 그래도 아직 젊지 않은가. 나를 젊은 그대라 불러주는 네가 있지 않은가. 뭉클한 기운이 하늘 밖 저 어딘가로 피어 올라가는 밤이다.


2009/06/28 00:02 2009/06/28 00:02

꾼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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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매한 국어사전에 의하면 이란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하긴 대부분 이란 접미사를 붙이는 것들을 보면 사기꾼, 술꾼, 도박꾼처럼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반대로 나무꾼, 춤 꾼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긴 하다. 나의 경우에 이란 선수와 동의어다.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프로또는 전문가와 동의어란 거다. 내게 있어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보다는 당신은 어떤 꾼입니까라는 질문이 훨씬 도전적이다. 전자는 추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만, 후자는 구체적이고 현재집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너는 어떤 꾼이냐고 물었을 때, 조심스레 말문을 트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야기꾼 입니다.”라고. 내게 있어 이야기는 단순히 픽션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요, 스토리의 한국어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넓고도 유연한 개념이다. ‘스토리텔링이란 단어가 판을 치는 형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게 대체 뭐냐고 했을 때 시원스레(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답을 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장사치들만이 득실거렸다.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 만드는 설탕발림 정도로 이야기를 추락시킬 마음은 없다. 또 특정기업의 과오를 덮어주고, 이미지를 향상시켜주기 위한 딱갈이노릇도 하고 싶지 않다. 이야기꾼이란 자신이 보는 현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이다. 저널리스트요, 작가이자, 비평가 또 창작가인 것이다. 장르를 잡식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재생산해내는 이인 것이다.

나는 글쓰기 작업이 어디서 시작되건 결국은 순수한 나만의 시각으로 파헤쳐진 창작의 연장이라고 자부한다. 촘촘히 연계된 네트워크 안에서 사물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방식, 무의미를 유의미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영감과 감흥은 허공에 떠다니지 않는다. 자극은 외부에서 오기도하지만, 내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내부에 집중한다. 그 목소리를 듣는다. 정제될 때까지, 나만의 언어,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지점까지.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시작한다. 벅차 오르는 가슴을 안고.

꾼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열정을 요구한다. 동시에 인내와 재능도 겸비해야 한다. ‘은둔 작가로 잘 알려진 일본의 마루야마 겐지는 이렇게 말한다. “창작이란 고()의 자세로 정신의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꾼은 먹고 사는 문제와 전면적으로 부딪혀야 한다. 다른 루트를 통해 안정적으로 삶이 보장되는 순간, 꾼은 사라진다. 가난과 시련,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이는 그 경험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들이 증발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꾼이 아니다. 삶과 투쟁하되, 그 안에서 고귀함은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시계에 세계의 시계를 맞추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스타니슬라프스키에게 답했다. “나는 언제나 생각합니다. 작가는 할 말이 있을 때 써야 한다. 머리가 성숙해졌을 때 그것을 종이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내가 반드시 3월이나 10월에 잡지를 위해 글을 써야 하지요?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란 한 자를 짊어지려고 하니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단순히 직업이 아닌, 소명을 찾아나선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결 가볍다. 입과 손이 근질거리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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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00:10 2009/06/21 00:10

정치적 암컷

조금 격한 표현이지만, 정치적 암컷은 (원래는) 섹시하다. 욕망과 야망은 수컷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겠지만, 실상 역사적 야화를 잘 살펴보면 칼을 휘두른 건 남자지만 그 칼자루를 쥐어준 건 여자였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미모로 때로는 두뇌로 공략하는 방법은 다양했지만, 그를 가르는 야성은 동색이었으리라.

아직도 안보리에는 우중충한 남성 수트들만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지만, 안방극장은 무서운 언니들에게 저당 잡힌 지 오래다. 그래. 재미없는 일들은 남자들에게 맡겨! 우리는 진짜를 휘어잡을 테니깐! (꺄르르르) , 순간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한참 동안 숨겨왔던 암컷의 속내를 드러낼 때가 왔나 보다. 정치여, 기다려라.

SBS 시티홀

대표 미중년으로 떠오른 차승원과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김선아가 만나 티격태격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한 평범한 하급공무원이 소도시의 시장이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온갖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우직한 여성 리더의 모습은 그다지 미약해 보이지 않는다. 늘 독립적인 성향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기우 때문인지) 막강한 남성조력자를 옆에 두기 마련이라, 때로 여주인공의 독립심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좌충우돌하던 여성 캐릭터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강해져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남성조력자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강한 것은 옳은 것을 이긴다고 하였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인가 보다. (보너스로 차승원의 매력을 훑어보는 만화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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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선덕여왕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슬로건을 걸고 50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인 MBC의 야심작. 아직까지는 아역에 비중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탄탄한 긴장관계를 이끌어가고 있음이 눈에 띤다.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는 선덕여왕과 미실의 리더십을 비교분석하기도 할 만큼(기사보기) 사극 속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아직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선덕여왕은 곧 인재를 중용하는 용인술을 발휘하는 등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남다른 친화력을 겸비한 리더로 부상할 예정이다. 특히 미실의 경우는 유명한 팜므파탈로 악인화되었지만, 그만의 정치력은 선과 악의 잣대를 벗어나 주목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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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Parks and Recreation

유명 쇼 프로그램인 ≪Saturday Night Live≫의 대표명사였던 Amy Poehler를 앞세워 ≪The Office≫의 제작진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언뜻 보면 ≪The Office≫와 유사한 카메라 워킹이나 드라이한 유머로 단순히 스핀-오프 판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지만, 갈수록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잡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부처의 행정과 관료주의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매 상황과 대사가 함축하고 있는 바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감상의 재미가 두 배로 늘 것이다. 동명의 정부부처의 Leslie Knope라는 혈기왕성한 여공무원을 둘러싼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Leslie는 힐러리나 페일린과 같은 여장부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모든 상황은 시청자의 웃음으로 회색 칠 되지만 말이다.

Showtime ≪Nurse Jackie  

≪Nurse Jackie≫≪House M.D≫≪Six feet under≫ 또는 ≪Californication≫와 같은 블랙유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줄만한 작품이다. 간호사 수 십 년의 베테랑 간호사가 겪는 병원에서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이지만, 무미건조한 미국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다큐멘터리기도 하다. 면도칼을 목에 댈 때마다 삶과 죽음이 가까이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그 사이의 간극을 급박하게 느끼는 곳이 바로 병원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법정물과 병원드라마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간의 삶이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적나라한 시공간도 없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재키가 얼마나 더 ‘X같은순간들과 마주하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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