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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1/01  New Year's Greeting
  2. 2008/12/11  2009 카이스트 문학상 (3)

New Year's Greeting

새해가 밝았습니다,란 평이한 표현이 무색해지리만큼 2009년 첫 날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31일에서 1일로 하루가 바뀌었다고 해서 무언가 많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도 오랜 시간을 시간과 시간 사이의 방점으로 구별해 왔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말을 반복해 온지도 서른 해가 되어갑니다. , 더 정확히 말해 옹알이를 하던 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뱉었던 때는 빼고 계산하자면 아직 서른 해는 안 되었겠지만요. 코팅지 모서리가 살짝 벗겨진 주민등록증은 야속하게도 물리적 나이를 줄일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마음만은 스물이란 말도 왠지 낯간지럽네요. 스스로는 별반 달라질 바 없지만, 주변이 늘 문제입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라 금방 사십이다 등등 당사자는 눈길 주지 않는 부분에 외려 난리들입니다. 저들도 늙어갈 텐데 말이죠.

딱 일년 전쯤, 김영하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지내라구요. 당신도 재미있는 일을 찾았으니. 많은 이들에게는 재미라는 말이 사치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따금 "지금 행복해?”하며 문자를 보내는 친구의 존재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만큼이나요. 굳이 맛이 이렇다, 모양이 저렇다 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듯, 모든 감흥도 마음으로만 새기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했습니다. 외양으로 비치는 것이야 어떻든 결국은 속사정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겉으로 행복하고, 부자이고, 잘난 것은 그저 타인의 눈에 반사되는 것일 뿐이지, 안으로 문드러지고, 가난하고, 병든 것은 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를 품고 가는 이에게는 떼어버릴 수 없는 무언가 이겠지요. 지난 한 해는 무엇보다 그 속사정의 문제가 개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함을 느꼈기에 서른을 책임질 때, 그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부족해 보이더라도 스스로 즐겁고 스스로 재미있으면 되는 거라고 되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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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들른 서점가에서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데이터를 매일같이 재부팅하는 곳에서 문학 서적 한 권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 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누군가는 순수과학이 또는 철학이 문명의 발전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문학이고 음악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것이 언어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언어마저도 멈추는 곳에서 음악이 탄생한 것이니깐요. 뒤늦게 소설 읽는 재미를 붙인 제 눈에 들어온 것은 2009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이었습니다. 이제는 중동출신 작가의 소설까지도 안방에서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지만, 그래도 아련한 향수처럼 다시 찾게 되는 게 우리의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수상작을 제쳐놓고, 먼저 펴 보았던 이기호의 <김 박사는 누구인가?>와 성석제의 <해설자들>을 읽었습니다. 역시나 이기호였고, 오랜만의 성석제였습니다. 수상 후보작이었던 박민규의 <근처>도 내친김에 읽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미안하게도) 세 번째로 읽은 대상수상작 하성란의 <알파의 시간>에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들어 실어봅니다. 새해니깐 소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삶이 팍팍할수록, 문자 자체가 서걱거릴수록 더 읽기를 바랍니다. 육체의 가난보다 정신의 가난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삶이 힘들수록 주문처럼 외우는 기축년이 되시길.

나는 풍경을 응시했다. 이제 간판의 계집아이가 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이 세잔을 보듯 나의 간판이 나를 보고 있었다. 허만하 시인은 한 산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잔이 그 풍경을 받아들일 눈을 가지는 데에는 그때까지의 유럽 미술사의 모든 시간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고. 그 알파란 세잔이 시대보다도 앞질러 달렸던 바로 그만큼의 시간이 아니겠느냐고.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간판을 볼 수 있기까지 나에게도 나만의 알파의 시간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돌고 돌아 그 간판 앞에 서기까지 그 알파의 시간이 좀 길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응시했다.”


2009/01/01 17:04 2009/01/01 17:04

2009 카이스트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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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전 과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최된 2009 카이스트 문학상』에서 우리 Digital Storytelling & Cognition Lab(a.k.a 디스코 랩)에 소속된 용진이와 함께 당선되는 쾌거(참 낯도 두껍다;;)!!! 일전에 쿨투라 스코프를 통해서도 소개한 바가 있는 단편소설이었기에 후후후, 기쁘긴 하다.


당선작 스탠바이는 정통적 단편의 양식을 따르기보단 에세이와 같은 느낌으로 작가이자 주인공인 화자가 주저리 주저리 푸념을 늘어놓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물 여덟의 청년 현석이 처한 현실과 그 가운데서 을 강요당하는 개인의 호흡곤란. 비전, 사회기여 따위의 거대명제가 마이크로한 존재들에게 전혀 말을 걸지 못하는 세대의 머리 속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결국 주인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나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출발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듯.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다듬었으면 하는 부분들이 (자주) 눈에 띠지만, 그래도 처녀작(?)이기에 창피한 만큼 소소한 애정도 있는 아이인 것 같다.

공대에서 주최한 문학상에서 글쓰기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조금은 웃기기도 하지만, 기존의 편견 자체에 대항하면서도 어디에서든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게릴라와 같은 변방에서의 몸부림은 계속 되리라, 다짐하며.



2008/12/11 00:00 2008/12/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