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요리법 (上)
진실을 절대적인 관점으로 보느냐, 혹은 상대적인 관점으로 보느냐는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이를 주창한 이래, 계속되어온 지리멸렬한 논쟁 중 하나이다. 가치와 인식의 문제는 ‘논쟁의 끝’이 존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렇기에 절대주의와 상대주의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각각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조금 더 상대주의에 힘을 더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 듯하다. 적어도 미디어의 세계 안에서는 말이다. 과거 일부 ‘정보’를 다뤘던 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진실 요리법’이 비단 한정된 소수로부터 대중의 선상으로까지 퍼졌으니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장르에 속하지도 못했을 ‘페이크 다큐’와 같은 부분들이 버젓이 진실을 말하는 또 다른 소통양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변호사나 정치인(또는 크리스마스의 부모)만이 아니다. 아차차. 실수 인정. 그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선상에서의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진실 요리법’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America’s got talent 2008
올 여름 NBC의 대표 시리즈로 방영되고 있는 <America’s got talent>는 ‘Talent-search show’분야에서 최고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American Idol>의 제작사인 FremantleMedia North America and Simon Cowell's SYCO Television에 의해 제작된 리얼리티 쇼다. 2006년 6월 21일 프리미어를 필두로 벌써 3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이 쇼는 제리 스프링어가 호스트를 맡고, 만년스타 데이빗 핫셀호프, <The Osbourne’s>로 인기를 얻었던 섀론 오스본, 그리고 영국출신의 음악 전문가 피어스 모건이 심사위원단을 구성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American Idol>과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작에 비해 더 넓은 계층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려고 한다는 점에서 일말의 차이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일례로 같은 컨셉의 영국 프로그램이 ‘폴 포츠’라는 걸출한 오페라 스타를 만들어낸 것만 봐도 ‘아이돌’ 중심의 스타탄생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셀리브리티를 이용한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그에 대한 구성적 틀도 안정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Talent-search show’나 <Survivors>나 <Big Brother>와 같이 일정한 상금을 놓고 장기간 경쟁을 벌이는 ‘Game show’는 여러 번 파일럿 방송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물론 영미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리얼리티 쇼가 대형 콘텐츠 바이블 기업(미디어 콘텐츠에서 말하는 ‘바이블’이란 프로그램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를 하나의 ‘바이블’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을 뜻한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항이 총망라되어 있는 이 바이블은 통째로 혹은 단계별로 판매가 가능하다. 영미권과 유럽권의 유명 게임 쇼는 대부분 바이블 형태로 제작된 후, 타 채널에 판권을 판매하고 있다-필자 주)이 2-3년의 시간에 걸쳐 사전제작단계에서부터 파일럿 한 두 편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온에어가 되는 것이기에 우리의 실정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 구성 상의 짜임새보다도 중요한 건 리얼리티를 만들어가는 참여자들의 ‘감정표현’과 그를 극대화하는 카메라가 아닐까 한다. 실제 우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들이 펼쳐지는 것이 미국 리얼리티의 특징 중에 하나인데, 바로 이 부분이 리얼리티 쇼를 한층 ‘리얼’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자막 문화’ 없이도 충분히 표현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원체 미국 문화 자체가 감정 표현이 (우리의 것에 비해) 풍부하다는 점과 개인이 카메라를 덜 의식하는 부분이 묘하게 만나,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어떤 캐릭터들을 어떻게 한 무대에 올릴 것인가 하는 제작진의 치밀한 계산이 아니었더라면 극의 구성은 쉽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진실을 요리하는 법’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타인의 진실이 자신의 진실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그 자체가 ‘진실인지 아닌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게 ‘내가 믿을 법한 진실인지 아닌지’에 더 흥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cf. Queen Emily(40), Preliminary Contest in New York (be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