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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9/22  동시대인의 비애
  2. 2009/08/30  Keenies, who are they?
  3. 2009/08/27  7인의 음악인들
  4. 2009/07/12  뒤 태의 압박
  5. 2009/07/09  윤상문법
  6. 2009/07/05  <Spring Awakening>
  7. 2009/06/30  하류로 가는 세대냐, 게임으로 승부하는 세대냐
  8. 2009/06/29  로봇 전쟁의 서사
  9. 2009/06/19  정치적 암컷
  10. 2009/06/15  新재화, 시간을 팔아라!

동시대인의 비애

이따금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감정이 상대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전자가 무작정 안타깝고 슬픈 것이라면 후자는 뭉클하면서 자책하는 어떤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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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있었던 <사천가>의 마지막 공연은 이 두 가지 종류의 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작품에 투영된 대상에 대해,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매개인에 대해. 브레히트의 희곡을 오늘날 서울의 풍경에 맞게 재해석한 이자람의 창작판소리극 <사천가>는 이렇게 풍성한 감상을 선물했다. (관련기사 1 + 2)

어릴 적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소리꾼 이자람은 나와 같은 또래들이 가장 질투하는 대상일 것이다. ‘여대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 메이저 방송국의 유명앵커인 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자람또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끼와 장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시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하나 둘씩 넓혀가는 것. 그 하나 빠질 것 없는 길을 걸어왔으면서도 안주하게끔 하는 요소들과 끊임없이 단절을 시도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단순한 공상에 그치게 하지 않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고민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나는 그녀만큼 소통하는 이를 본 적이 없고, 그녀만큼 열정 넘치는 이를 보지 못했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럴듯한 정보 너머로만 알고 있었던 대상을 한 번의 공연으로, 그 진한 만남으로 잘 알게 되었노라-고백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가. 그만큼 이자람은 생면부지의 이들과 적극적으로 만났고,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시각 이후부터 나는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질투가 지지부진한 감정싸움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녀를 향한 부러움과 존경을 통해 나를 더 돌아보고, 나의 작업, 나의 숨 하나하나를 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리오. 나는 그녀와의 동시대인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비애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기에, 달게 삼키리라.   

2009/09/22 13:14 2009/09/22 13:14

Keenies, who are they?

키니즈를 아십니까”. 발음도 생소한 “keenies”“kids”“teenies”의 합성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새로운 연령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독일 신문 Die Zeit』가 발행하는 매거진의 커버스토리로 이 “keenies”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 (커버에 나온 타이틀은 첫사랑이다. ‘직찍이라 양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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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a Scope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일간지 중 하나인 『Die Zeit』가 집어내는 이슈/코드는 늘 허를 찌르는 맛이 있다. 최근에 일어난 핫이슈와는 거리가 멀고, 어떤 문제점을 들추어내려고만 하는 한국식 르포와도 궤를 달리한다. 가장 큰 차별점은 팩트에 대한 깊이는 요구하되, 가치평가는 철저히 배제하는 부분이다. 이는 기사를 쓰는 모든 이들에게 요구되는 절제력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13살인 A양은 남자친구와 처음 키스를 경험한 것이 10살 때라고 말했다라는 기사를 쓰고, 그 전후에 아동심리나 교육전문가를 동원해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어, 어른들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답습하고 있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을 덧붙이는 경우. Die Zeit』의 “keenies”특집은 이와 같은 전형적인 기성적 잣대를 없애고, 철저히 그들(keenies)의 눈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사견이지만, 훌륭한 르포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대로 전달할 때 가장 큰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그 이후 판단은 온전히 보는 사람, 읽는 사람에게 맡기고선 말이다. (온라인판 기사 + 기사)

이 특집을 접하고 놀랐던 부분은 굳이 어른들의 눈에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9-14세 사이의 “keenies”의 시각이 우리의 그때보다 훨씬 성숙하단 점이었다. 한 토막 인터뷰에는 그 나이 대에 여러 독일지역에 살고 있는 “keenies”의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10세의 토마스(베를린) , 난 더 이상 누군가로부터 감시 당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입고 싶은 옷 또한 내가 스스로 골라 입을 수 있는 나이니깐요. 나는 스스로 하는 결정을 좋아해요. –놀랍지 않은가. 독일 “keenies”의 첫사랑과 데이트, 쇼핑과 파티, 꿈과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담긴 특집기사를 보며 소위 말하는 세대론의 논의가 너무 협소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동시에 거꾸로 한국의 “keenies”라고 부를 만한 특정나이대의 그룹이 자신만의 문화와 가치관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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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Zeit』의 “keenies”특집을 접하며 얻은 3가지 아이디어를 정리해봤다.

1. 단발성 흥미유발에 그치는 주제가 아닌 장시간 관찰 후의 사회문화적 이슈를 던지되, 재미있는 옷을 입혀라. 너무 가벼워도 읽지 않지만, 너무 무거워도 읽지 않는다.

2. 깊이 있는 사실을 전달하되, 쉽게 판단치 말라. 섣부른 가치평가는 사실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3. 명심하라. 소재는 당신 주변에 널려있다. 문제는 그것을 찾는 시각이다. 부자의 눈에 이 세상은 온통 돈이 될만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 말을 곱씹어보라.

 

2009/08/30 00:05 2009/08/30 00:05

7인의 음악인들

소문이 자자했다. 2007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고 이듬해 금호의 <라이징 스타 시리즈>의 무대에 다시 서 국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87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나 94년 독일 청소년 음악콩쿨에 최연소 1위 입상을 하면서부터 젊은 천재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그녀가 올해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을 내놓고, <7인의 음악인들>이란 실내악 공연과 <모차르티아나>란 제목의 독주회를 위해 국내무대를 찾았다. 정명훈과 양성원, 송영훈이란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갓 스물 두 살의 그녀에게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무대에서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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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있었던 공연은 내부사정으로 인해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제12번 다단조가 연주되었는데, 김수연이 세컨드  바이올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연 돋보이는 균형성과 리드감을 보여줬다. 오히려 퍼스트 바이올린의 이유라가 빛이 바랬을 정도. 상대적으로 연륜이 있는 양성원(Vc)과 최은식(Va)의 안정감 있는 연주도 좋았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침착함을 보여준 김수연의 공 또한 컸다. 예정된 프로그램과 조금 순서가 바뀌어 두 번째 곡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3중주 제2번 마단조(작품번호 67)가 연주되었다. 쇼스타코비치가 죽은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곡은 몽환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송영훈(Vc)의 선율을 시작으로 김수연(Vn)과 김선욱(Pf)이 다음을 유연하게 이어갔다. 특히 김수연과 김선욱이 연신 싸인을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춰가면서도 독자적인 존재감을 살려가는 것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여유로운 연주를 펼쳤던 김선욱은 88년생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함을 과시했다. (심지어 능글맞아 보일 정도!)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정명훈과 김선욱의 연탄곡으로 연주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4번과 5번은 청중의 귀에도 익숙한 곡이어서 호응이 뜨거웠다. 마지막으로 슈만의 피아노4중주 내림마장조(작품번호 47)가 연주되었는데, 정명훈(Pf), 양성원(Vc), 최은식(Va), 이유라(Vn) 모두 나무랄 데 없이 균형 잡힌 해석을 보여주었다.

앵콜곡이 (어떤 면에선) 본곡보다 한층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 이례적이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전 피아졸라의 탱고 앨범을 발매한 전적이 있는 송영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첫 번째 곡으로는 7중주로 편곡된 피아졸라의 Obilivion, 두 번째로는 Libertango가 연주되었다. 정명훈과 김선욱은 함께 연주하는 내내 교감하는 듯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김수연의 폭발력은 남미 대가의 곡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의외였던 것은 양성원의 첼로가 (탱고 연주에 경험이 많은) 송영훈의 첼로보다 훨씬 유연하고도 기교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연주자 스스로 자유로이 리듬을 타는 모습 또한 진지한 그의 면모 뒤에 숨겨진 매력인 것 같아 보는 내내 흐뭇했다.

7인의 음악인들 모두 한국의 대표적 기악인들이라 그들이 함께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실내악 연주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따라서 활성화 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 연주회를 시작으로 더욱 많은 실내악 연주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선욱과 김수연이라는 걸출한 신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그들의 기량을 솔로이스트가 아닌 협주자로서 엿볼 수 있어 뜻 깊었다. 오랜만에 파워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신예들을 만나니, 덩달아 마음이 부풀어오르는 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며칠 간이 될 것 같다.  

2009/08/27 13:03 2009/08/27 13:03

뒤 태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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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만 들어왔던 김용걸의 귀국무대를 접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행운이었다. 시대의 예술가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건,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맡았다고 할 때만큼의 기대감이랄까. 한국무용계에, 특히 발레리노들에게 그와 같이 완벽한 롤모델이 손 닿으면 있을 법한 곳에 있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기에 흥분들 감추지 못한 기색이 관객석에도 역력했다. 지난 주말 두 번의 공연을 통해 보여진 김용걸의 무대는, 실력을 뛰어넘는 연륜 그 자체였다. 연기력, 표현력, 테크닉, 무대매너 하나 뺄 것 없이 완성된 발레리노의 모습은 , 역시 인간의 몸은, 인간의 몸짓은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포스터를 통해 훔쳐보았던(?) 그의 뒤 태 역시, 압박이라고 표현할 길 밖에는. 무용수 김용걸이 걸어온 길의 자취가 그의 몸 근육 하나하나, 굳은 살 켜켜이 묻어있는 것만 같다. 말을 거는 방식은 참으로 여러가지인가 보다. (인터뷰 기사)

2009/07/12 23:46 2009/07/12 23:46

윤상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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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들으면 ‘OO!’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특성이 식상함과 동의어로 치부되었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까지 고루한 과정을 지나야 함을 방증한다. 지난 7일과 8일 양일 간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윤상에게는 확실한 색이 있다. 너무 하드코어적이지 않은 전자음과 달달한 가사의 조화, 그리고 (여심을 포함한)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멜로디라인까지 그의 색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그의 한결같음은 판에 박힌 지루함이 아니다. 그 한결같음은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자기와의 싸움, 자신을 넘어섬과 닿아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그는 자신의 클래식 넘버와 신곡, 그리고 실험정신이 담겨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여성관객층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 이번 콘서트에서는 가수 윤상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성이 따라다녔다. 이따금 음정이 불안했다는 점은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그가 스스로 전체적인 기술과 음악적 완성도를 전부 관할하고 있었다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무대를 층을 나누어 입체적으로 구성해 한층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고, 조명과 영상 프로젝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사운드적인 면에서 최상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비동원 뿐 아니라 디자인을 확실히 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프로정신이었다. ‘ The 1st의 스트링과 정재일과 하임 등의 세션 또한 콘서트 무대를 꽉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견이지만, 정재일은 랑랑과 맞먹는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

, 진짜 최고였어. 나도 저런 음악하고 싶다.” 콘서트가 끝나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던 콘서트 장 앞길에서 어느 여성관객의 감동 어린 한 마디를 엿들었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그러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까지도 일깨워 주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윤상은 자신만의 문법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한 셈이다. 나 혼자만을 위한 중얼거림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말걸기로써 말이다.   

2009/07/09 11:51 2009/07/09 11:51

<Spring Awak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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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프리미어 공연을 보고 왔다. 뮤지컬계의 블루칩 김무열과 조정석을 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많은 여심을 움직인 듯 했다. 아담한 규모의 두산아트홀 연강홀에는 무대 위의 자리까지 합해 거의 모든 좌석이 차 있었다.

지난 2007년 토니상 8개 부문 수상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스프링 어웨이크닝> 1891년 독일의 한 청교도적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십대 남녀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죽음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다소 직접적인 묘사와 가사로 기대를 모았었다. (런던공연리뷰)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다이내믹한 면모를 보이며, 잘 알려진 레파토리 하나 없었지만 중독성 있는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7인으로 구성되었던 밴드도 부족함 없이 뮤지컬을 보조해가며, 꽤 성공적인 프리미어를 선보였다. 이따금 노래와 내용전개가 뚝뚝 끊어지는 듯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몰입도 높은 구성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주말을 필두로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근처 광장시장에서 푸짐한 빈대떡으로 요기를 하고, 늦은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뮤지컬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 (그랬더니 좋았더라는 1인의 추천코스)

2009/07/05 21:41 2009/07/05 21:41

하류로 가는 세대냐, 게임으로 승부하는 세대냐

최근 세대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 친구의 추천으로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하나는 미우라 아츠시의 <하류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존 벡의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였다. 두 책은 모두 사회학에 일가견이 있는 집필자가 각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오늘의 일본과 북미사회를 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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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사회>2000년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점차적으로 하류적인 경향을 띤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후 부모세대에서는 공부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었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지만, 그 자녀세대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에서 자라나 부모세대만큼 성공지향적(또는 상류지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설문응답자를 여러 사회적 요소에 따라 --로 계층을 분류하고, 그들의 소비성향, 주거형태, 미래계획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계층화 자체에 반감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말미에 한 경제연구원이 언급했듯 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식에서부터 출발하는 세대의 사회적 변동은 충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는 얼마 전 소개했던 <레저경제학>과도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북미의 신세대(베이비붐 세대 이후의 세대로 대략 20-38세까지를 포괄한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은 북미의 신세대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는 달리)게임문화에 익숙해 자라났으며, 게임문화의 변화와 게임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해 조직 내 탁월한 인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게임중독이나 그로 인한 학습능력저하, 사회부적응과 같은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게임으로 인해 유연한 역할교환, 순발력, 의사결정력, 위기관리능력, 리더십 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게임에 심각한 수준으로 중독되어 그 이외의 생활자체가 불가능한 케이스를 제외한 것이다) 최근 훑어보았던 ‘MMORPG와 오프라인 상의 리더십 상관관계라는 논문 또한 1992년에 발표된 이와 같은 책의 가설을 토대로 이뤄진 게 아닐까 하기도 했다. 아무튼 부정적이기만 했던 게이머세대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보고서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되길 바란다.   

 

2009/06/30 22:04 2009/06/30 22:04

로봇 전쟁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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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어린이 물이니 괜찮으려니 했다. 조금 유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간 키덜트를 위해서도 뭔가 짜잔-‘하고 와 닿는 부분이 있길 바랬는데, . 영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은 조금 갈증 나는 로봇의 서사를 보여주었다.

비주얼적 서사

전작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하는 CG를 사용했다는 2. 그 안에 투자되었을 인력과 렌더링 시간만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2>는 그들의 슬로건 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를 근본적으로 의심케 했다. 20인치 모니터를 통해 봤어도 1편은 충분히 크고 센 로봇들이 많이 등장해 심장이 쿵쾅거렸는데, IMAX관에서 린킨파크의 신나는 사운드와 함께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2편에 대한 재미가 덜했던 것일까. 그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CG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영상관련업자들의 관심사는 트랜스포머 제작자들과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눈이 그를 따라가고, 심지어 재미있다, 흥분된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는 한정되어 있다. 문제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CG 기술이 인간 시각과 인지의 한계점을 추월할 경우이다. 사견으로서는 <트랜스포머 2>또한 같은 난제에 봉착해있는 듯하다. 만드는 사람입장에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비주얼)기술적 업적을 달성한 것이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더 화려해 전반적 흥분을 더해준다기 보다는 하도 정신 없이 지나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 엄청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는 건 안다정도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쟁의 서사

앞서도 말했듯 그냥 애들이 보는 건데라고 하고 서사에 구멍이 많이 나 있다면 그야말로 애들에게 실례다. 체감하기론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논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겟층이 어리더라도 구성은 탄탄히 하는 편이 낫다. 1편에서는 로봇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었고, 로봇들 간 선악구조가 소개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개별적 서사와 전체의 서사가 잘 맞물려 들어갔다. 그러나 외계로봇으로 알려진 오토봇들이 선사시대부터 지구에 존재했었다는 전제로 시작한 2편에서 벌어진 로봇 간 전쟁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다. 로봇의 모양새가 조금 더 정교해지고, 그들의 감정과 인격이 조금 더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대신 개개 로봇 별 특기나 특징이 더 확연히 들어난다거나, 전쟁의 이유와 그에 협조하는 여러 인간의 형상들이 조금 더 일관적이라면 한층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

재미있었던 건, 인간의 업적이라고 알려진 여러 문화유물들, 특히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것이 실제로는 로봇의 조상이 위장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란 설정이다. 혹자는 미국 출신 제작자의 오만이라고 혹평했지만,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외계로봇 또한 인간과 같이 조상이나 계보를 중요시하고 위계질서를 존중하거나 선악과 같은 가치를 따른 다는 점, 그들에게도 인간의 감정과 유사한 것이 있어 인간에게 친화적이거나 적대적일 수 있다는 생각 등. 모두 인간에서 출발한 발상이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주인공 샘에게 접근한 금발의 미녀였다. 인간의 형상으로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외계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은 캐릭터에 있어서의 진화다. 그러나 이는 SF물에서 자주 등장했던 공식이었고, <트랜스포머 2>에서는 단 한 번밖에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9/06/29 12:33 2009/06/29 12:33

정치적 암컷

조금 격한 표현이지만, 정치적 암컷은 (원래는) 섹시하다. 욕망과 야망은 수컷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겠지만, 실상 역사적 야화를 잘 살펴보면 칼을 휘두른 건 남자지만 그 칼자루를 쥐어준 건 여자였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미모로 때로는 두뇌로 공략하는 방법은 다양했지만, 그를 가르는 야성은 동색이었으리라.

아직도 안보리에는 우중충한 남성 수트들만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지만, 안방극장은 무서운 언니들에게 저당 잡힌 지 오래다. 그래. 재미없는 일들은 남자들에게 맡겨! 우리는 진짜를 휘어잡을 테니깐! (꺄르르르) , 순간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한참 동안 숨겨왔던 암컷의 속내를 드러낼 때가 왔나 보다. 정치여, 기다려라.

SBS 시티홀

대표 미중년으로 떠오른 차승원과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김선아가 만나 티격태격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한 평범한 하급공무원이 소도시의 시장이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온갖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우직한 여성 리더의 모습은 그다지 미약해 보이지 않는다. 늘 독립적인 성향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기우 때문인지) 막강한 남성조력자를 옆에 두기 마련이라, 때로 여주인공의 독립심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좌충우돌하던 여성 캐릭터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강해져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남성조력자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강한 것은 옳은 것을 이긴다고 하였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인가 보다. (보너스로 차승원의 매력을 훑어보는 만화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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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선덕여왕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슬로건을 걸고 50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인 MBC의 야심작. 아직까지는 아역에 비중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탄탄한 긴장관계를 이끌어가고 있음이 눈에 띤다.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는 선덕여왕과 미실의 리더십을 비교분석하기도 할 만큼(기사보기) 사극 속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아직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선덕여왕은 곧 인재를 중용하는 용인술을 발휘하는 등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남다른 친화력을 겸비한 리더로 부상할 예정이다. 특히 미실의 경우는 유명한 팜므파탈로 악인화되었지만, 그만의 정치력은 선과 악의 잣대를 벗어나 주목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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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Parks and Recreation

유명 쇼 프로그램인 ≪Saturday Night Live≫의 대표명사였던 Amy Poehler를 앞세워 ≪The Office≫의 제작진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언뜻 보면 ≪The Office≫와 유사한 카메라 워킹이나 드라이한 유머로 단순히 스핀-오프 판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지만, 갈수록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잡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부처의 행정과 관료주의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매 상황과 대사가 함축하고 있는 바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감상의 재미가 두 배로 늘 것이다. 동명의 정부부처의 Leslie Knope라는 혈기왕성한 여공무원을 둘러싼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Leslie는 힐러리나 페일린과 같은 여장부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모든 상황은 시청자의 웃음으로 회색 칠 되지만 말이다.

Showtime ≪Nurse Jackie  

≪Nurse Jackie≫≪House M.D≫≪Six feet under≫ 또는 ≪Californication≫와 같은 블랙유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줄만한 작품이다. 간호사 수 십 년의 베테랑 간호사가 겪는 병원에서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이지만, 무미건조한 미국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다큐멘터리기도 하다. 면도칼을 목에 댈 때마다 삶과 죽음이 가까이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그 사이의 간극을 급박하게 느끼는 곳이 바로 병원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법정물과 병원드라마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간의 삶이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적나라한 시공간도 없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재키가 얼마나 더 ‘X같은순간들과 마주하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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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21:11 2009/06/19 21:11

新재화, 시간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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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의 책을 뺏어 읽다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시간은 레저경제의 새로운 상품이라. 체험경제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층 진전된 논의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자발적 이탈혁명(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일컬음)’ 등의 사회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간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어찌해서든 상대적으로 늘어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운영하는 노하우를 지닌 사람이 미래의 시장에서는 살아남는다는 게 이 책의 지론이다. 구체적인 경제지표와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집필된 이 책은 시대예속경제에서 레저경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개인에게나 사회 전체적으로나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요리할 것 인가.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p.s 책에도 소개된 관련 사이트도 링크합니다. (레저경제 사이트)

2009/06/15 23:35 2009/06/15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