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Symposium on Culture Technology

특히 둘째 날 펼쳐진 ‘Music of the Future’에서는 Ge Wang을 비롯, 장재호 교수님(한국예술종합학교), 여운승 교수님(KAIST) 등 전자/컴퓨터 음악을 능가하는 ‘미래의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국내 몇 안 되는 귀한 자리였다.
여운승 교수님 네트워크 퍼포먼스

특히 둘째 날 펼쳐진 ‘Music of the Future’에서는 Ge Wang을 비롯, 장재호 교수님(한국예술종합학교), 여운승 교수님(KAIST) 등 전자/컴퓨터 음악을 능가하는 ‘미래의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국내 몇 안 되는 귀한 자리였다.
여운승 교수님 네트워크 퍼포먼스

실 없어 보이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처자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헤로인 문근영이고, 다른 하나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새 얼굴 화요비다. 문근영의 발전된 연기야 진중한 얘기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생각만해도 웃음이 삐죽하고 나오게 하는 화요비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환희-화요비 커플은 마르고-손담비 커플과 함께 지난 추석 때 특집으로 <우결>에 출연하여 호의적인 시청자 반응을 끌어냈고, 2세대 커플로서 부족함 없는 호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전에 ‘X맨’ 등을 통해 푸근한 이미지로 ‘숙모님’으로 불렸던 화요비의 새색시로의 변신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혹자는 그녀의 아이큐를 의심케 하는 언행이 리얼이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나같이 그냥 즐기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사안이 그다지 중요치 않게 다가온다. 그저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는 계산되지 않은 그녀(라고 믿고 싶다!!!)가 <우결> 2세대 중 가장 유력한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아, 진짜 귀엽다.)

사이먼 페그는 물건이다. 머리만 금발인 ‘미스터 빈’같기도 하고, 말투하며 행동거지가 딱 ‘브리티쉬’다. 런던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느꼈던 런던-비런던 지역간의 문화 차는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미 주류 영화에서 ‘브리티쉬’는 휴 그랜트, 올랜도 블룸, 주드 로, 제임스 맥어보이 등으로 이어지는 ‘런던 출신 젠틀맨 계보’에 충실해 ‘브리티쉬’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 단아한 풍의 캐스팅 라인에 일대 가격을 더한 것은 사이먼 페그와 같은 돌연변이의 등장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How to lose friends and alienate people>에서 사이먼 페그의 존재는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이는 앞서 잠시 언급했든 ‘미스터 빈 시리즈’와 유사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흡입력이 있어 다른 요소들로는 대체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단 뜻이다.
언제부터 전형적인 ‘유러피언 룩’(얌전한 체크셔츠에 코듀로이 자켓, 면바지와 가죽신발로 마무리되는)이 미쿡인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따 복장’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극중 사이먼 페그는 그러한 뉴요커 클리셰에 부합하는 ‘영국 촌뜨기’로 묘사된다. (유럽 각지에서 목도하는 미국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가히 ‘패셔너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싶은데. 나이 지긋하신 양반들이 나이키 운동화에 흰 스포츠 양말 한 껏 올려 신고, 폴로 반바지 입은 모습은 진정 ‘어썸’일까나.) ‘강한 액센트 때문에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는 핀잔을 받으며, 물 오른 클럽 중앙 스테이지에서 ‘민폐성 부비부비’를 불사하고, 트랜스 섹슈얼과의 충격적인 첫 밤(?)을 보낸 후, 만나는 이들마다 ‘당신 유태인인가요? 또 게이인가요?’라고 묻기에 여념이 없던 그는, 그래도 자신이 주류에 굴복하지 않는 신선한 유머와 비꼼의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 그가 점차 물고 뜯기는 잡지 판에서 위로 치닫고 올라가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무서운 질주가 시작되고, 결국에는 정상 바로 아래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늘 그렇듯) 가족(또는 가장 가깝고도 멀리 있는 존재)으로부터 진심 어린 회유를 받고, 셀러브리티들에게 깽판을 치고 돌아온다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다.
몇 번인가 사이먼 페그의 정면 클로즈 업이 나오는 데 그때마다 ‘어쩜 저렇게 장난기가 줄줄 흐를까’싶어 그의 나이를 의심케 했다. 늙어도 늙지 않는 저런 캐릭터도 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 주근깨 가득한 ‘삐삐 인형’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어려울 텐데. 요즘 세대 중 ‘키덜트(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직 아이인 또는 아이고자 하는-풋),’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장 좀 보태어) 사이먼 페그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잭 블랙 옵하도 쌀앙해요)

다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었다. 희수(전도연 분)도 병운(하정우 분)도. 특히 병운이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주변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초긍정의 캐릭터’여서 한층 공감이 갔다. 여기저기 얻어터져도 (전혀 열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하면서 극도로 체화된 ‘화해의 기술’ 또는 ‘이해의 기술’을 몸소 실천하는 이, 병운. 혹자의 눈에는, 아니 그런 그를 한때 (어쩌면) 열렬히도 사랑했던 희수의 눈에는 그런 그가 속도 (배알도) 없어 보이고, 엉망진창 뒤죽박죽이지만, 병운은 그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문법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 정혜>를 통해 이윤기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 나른한 호흡에 동승할 수 없어 괴로웠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멋진 하루>로 이어지는 그의 연출법에 ‘와아’하고 탄성을 내지르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밀함에 대한 밀도에는 진심 어린 경의를 보낸다. 영화를 보며 조금은 쓸데없는 샷들이 많이 부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로케이션 헌팅은 참 열심히 했단 생각도 들었고, 전도연의 스모키아이가 꽤나 어울린다는 이런 저런 잡생각을 했다. 간간히 나오는 노래도 괜찮았고, 특히 타이틀 나오기 전까지의 부분 편집이 딱이었고. 그래도 좀 더 ‘거리두기’를 했더라면 여느 일본소설들같이 무미건조하면서도 무채색의 향(이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을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식 같은 영화를 그렇게 ‘뗐다 붙였다’하는 게 쉽지는 않다는 걸 감안하면, 뭐. 한 친구의 말마따나 ‘남에게 강추하긴 어렵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가을영화가 되겠단 생각은, 한다. 보세요들-

수년 전에 <보그 탤런트 콘테스트>(일종의 글쟁이 뽑기였는데,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난 것 같아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편집장님, 어떻게 좀 기사회생 시켜주시든가,)의 지원 조건은 ‘자기소개서’, ‘문화비평’,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영향을 끼친 인물 인터뷰’등 세 가지의 글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일전에 소개했던 ‘소설가 김영하 인터뷰’가 제출했던 세 글 중에 가장 높이 평가를 받아 당선이 되었지만, ‘여행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제출했던 문화비평도 마음 속 한 구석에 아쉬움 아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줄여 말하자면,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은 이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골자로 하고 있는 에세이였는데, 아마도 조금 더 섹시한 제안을 하지 못했던 게 패배(?)의 이유였던 듯. 갑작스레 이제 와서 다시 ‘여행의 종말’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갑자기 부친께서 “내년 가족 모두 하던 일을 올 스톱하고 일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자.”고 제안을 하시는 바람에 ‘여행’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하아. 누구나 꿈꾸던 바가 아닌가. 세계여행이라. 남들 펀드에 혈안이 될 때, 여행이나 가자는, 참으로도 ‘한량 같기도, 로맨티스트 같기도, 부르주아 같기도’한 아이디어에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네, 떠나요’로 응답하지 못했지만, 심정적으로는 모두 다 ‘재밌겠는 걸’을 외쳤으리라. 모친은 다니는 회사 걱정을(휴직을 일년이나 하고 난 다음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동생은 다닐 회사 걱정을(자신이 ‘천재’라며 빨리 사회에 자신의 재능을 헌신하고 싶다는 지극히 요상한), 그리고 나는, 뭐 일년쯤 휴학이야 백 번이라도 해 줄 수 있지만, 그다지 오래 다닐만한 학교는 아니라는 생각에(교수님들이 아시면 안 되는 지극히 비밀스런) 머뭇거리고 있다. 아마도 ‘일 년’은 너무 심했고, 방학 동안만이던 반 년만이던 (가족 모두 건강할 때)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하며 어쩌면 십 년 후에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직접 체험하는 식의 여행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예감이 든다. (쳇.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세기의 마지막 아날로그 세계여행도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는지도.)
#3 부귀영화
귀여운 면이 많은 과 친구와 서울을 오가며 기차 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그 친구와 나의 관심사가 꽤나 비슷하단 사실에 흠칫 놀랐었다. 특별히 괴기스런 부분이 있지도,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적당한 보헤미안 마인드. 새로운 거 찾아 보기 좋아하고, 어디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의 우리 둘은 문득 ‘부귀영화’란 단어를 남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문맥 상 보면 이렇다.
나: 어제 공연은 어땠어?
그: 뭐, 달랑달랑하게 갔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러나.’
나: 어머머. 나도 알아. 딱 그 느낌. 진짜 이게 왠 생난리인가 싶고.
그다지 적합한 단어선택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의미상으로는 그보다 나은 표현이 없겠다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에휴. 기다렸던 공연이나 소개팅이나 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이다. 물론 전자는 ‘결국 보는 게 나았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결국 안 보는 게 나았다’는 의미지만 말이다.
#4 프로젝트로의 탈출
두 가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 하나는 기획이 더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창작자로서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난 주에 한 ‘여장부 교수님’이 ‘앞으로 뭐할 거냐’는 다분히 답 안 나오는 질문을 갑작스레 하시길래, “다방면에 능통한 프로듀서가 되려구요.”라는 한 편으로 보면 마음에 있고,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무슨 헛소린가 싶은’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뭐, 요즘엔 장기적인 계획은 다 필요 없고, 단기적인 실천만이 살 길이라는 식으로 살고 있어 그런지, 일단 눈 앞에 닥친 놈들부터 해결하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싶다. <M>의 안개는 도처에 깔려있다. 그걸 더 옅게도 짙게도 할 수 있는 재미난 세계로의 입문.
#5 서른의 연애
서른을 다른 단어로 대치할 수 있겠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단호하게 ‘무기력’을 내세우겠다. 일찌감치 정신 차리고 어엿한 사회의 역군으로서 기능하는 나의 친애하는 동년배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서른은 일종의 ‘오춘기’에 접어드는 요상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십 대 초반에 전 생애를 걸쳐 할 고민을 다 해버려서 인지 되려 요즘은 단순하고 명료한데, 주변인들은 영 그렇지 못한가 보다. 쿨이고 시니컬이고 대부분의 한국작가들이 싫어하면서도 차용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멘털리티는 도처에 깔려있기에, 그것도 깊숙이 드리워져 있기에 함부로 제거하거나 터치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고체계가(어쩌면 생활태도가) 연애라는 필드에도 여지없이 발휘되다 보니, 외롭기는 한데 누군가를 옆에 두기는 좀 귀찮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 식의 냉랭한 기운이 지배적이다. 뭔가 ‘열정 따윈 잊은 게냐’고 따지고도 싶지만, 그럴 기력으로 다른 거나 하는 게 낫겠다 싶은 ‘또 다른 무기력’이 작동한다. 참나. 여러모로 피곤한 나이다.
#6 문화는 네게 있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도 약발이 다 된듯한 마당에 문화가 중요하단 타령을 하는 게 웃겨 보이기도 하지만, 명색이 ‘문화’란 글자를 앞에 달고 있는 학교에 몸을 담고 있자니 (필연적으로) 문화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AT(아트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도 다녀왔지만 서도 학제 간 연구, 그 가운데서도 문화 또는 예술과 기술 또는 과학과의 접목은 (비단 정부주도의 미래사업이어서가 아니라) 실로 중요한 화두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CT(컬쳐테크놀로지)가 기술 베이스로 문화를 받아들이고, AT가 예술을 베이스로 기술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적 또는 이론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체념적 비판을 해보자면 이렇다. 문화든 예술이든 오늘의 삶에 있어, 나아가 미래의 인류에게 있어 이가 중요하고 그와 기술(과학)이 상관관계를 맺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차적인 합성효과(시너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를 교육하고 독려하는 과정에 있어서 비단 ‘새로운 트렌드 섭렵하기’와 ‘새로운 창조물 보여주기’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이란, 특히 이와 같은 실효적/미래적 학문에 대한 교육이란 ‘정부 산하 사업이란 파이의 부스러기 많이 줍기’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전적인 개방과 자유롭다 못해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한 전방위적 교류(소통)을 통해서만 미래적 코드를 조금씩이나 이해하고, 그를 넘어선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문화는 네게 있어 무엇인가. 너무나 원론적이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AT던 CT던 순수엔지니어, 순수아티스트의 영역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그 둘간의 영역을 이어주는 ‘멀티가교’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던가. Early Adapter만은 부족하다. 다져진 식견으로 맥을 짚어 낼 줄 아는 In depth Visionary가 절실하다.
오랜만에 KTX를 타고 서울 나들이. 야릇한 모교방문. (모든 학교는 졸업하고 더 좋아지더라고) 추억과 설움(?)이 깃들여 있던 구본관 건물이 헐린 터는 생각보다 드넓었다. ‘그곳엔 뭐가 들어오누’라고 물으시던 택시 기사님에게 ‘글쎄요, 나무라도 잔뜩 심으면 좋겠네요.’했지만 아마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동행은 산뜻하게 ‘야외수영장’을 외쳤지만, 글쎄 실현가능성은?) 








#1 안 좋은 소리만 잔뜩하고 떠나 보내려니 내내 슬픈 마음이 들어, 그래도 이것만은 칭찬해 주고 가자 싶었다. 이 영화에서는 빛나는 조연이 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조연급) 시스케역의 김남길이요, 다른 하나가 오가이 역의 김영재이다. <후회하지 않아>로 잘 알려진 김남길은 경력에 비해 주눅들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논외의 이야기지만) ‘올빽’이 잘 어울렸다. 죽마고우인 이해명(박해일 분)이 사랑 때문에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목도해야만 해던, 불운했던 시절의 고위 일본인 간부 시스케. 그의 복잡다다한 내면을 보여주기에 호흡은 너무 짧게 끊어졌지만, 그래도 그의 번뜩이는 매력을 발산하기에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비중이 작았던 오가이 역(조난실의 사촌오빠)의 김영재는 정지우 감독의 전작 <사랑니>에서도 나름의 색깔을 발하며 감독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도 ‘이상적인 남자친구’역을 소화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기도 한 김영재의 가능성을 조연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어제 밤, 너무 흥분을 한 탓에 오늘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딱 두 부분만 지적하려 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모던 보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컸던 것 같고, 배우들에 대한 부분이 그 다음을 이뤘다. 아예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면 이렇게 흥분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될듯한 것이 안 되어 그런지 안타까움, 실망감, (약간의) 분노, 연민 등이 섞여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 (이것도 다 오버라는 거 안다. 그 누구도 내게 이래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하긴, 동시에 그 누구도 내게 이러지 말라고 할 권리도 없지 않은가.)


문제1. 생략 혹은 생략된 서사
돌아서고 보니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하나는 이명세의 <M>이고 두 번째는 이안의 <색.계>였다. <M>과 같은 식으로 서사보다는 이미지가 중심으로 작용하기엔 <모던 보이>는 어정쩡한 지점이 너무나 많았다. 되려, 이미지에 무게중심을 실어주고 자잘한 이야기 가지들을 과감하게 쳐냈다면 나았겠단 생각도 든다. ‘생략’ 자체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경우엔 이미지 간의 설계가 정교해서 그 나름의 이야기가 탄력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근간이 되는 박해일과 김혜수 간의 (운명적) 러브라인 조차 설명이 안 된다. 관객이 둘 간의 사랑 또는 운명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물이 고뇌하거나 변화하는 모습은 더더군다나 설득이 되질 않는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공 들인 이미지는 미장센 과잉으로 격하되고, 스토리의 부실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다양한 촬영적 시도는 높이 살 만하지만, 그것이 일정한 도를 지나쳤을 경우엔 되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나친 흔들림과 포커스 아웃은 영상적 미학이 아니라 폐쇄적인 문법으로 간주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눈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은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영화라는 매체에겐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
문제2. 유혹
극중 조난실을 보며,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나 인생관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흔히 말하듯, 치명적이어야 한다. 친일+날나리+모던 보이 이해명이 목숨을 바칠 정도로 혼이 빠질만한 상대여야 한다는 얘기다. 엇비슷한 이야기 구조로 이안의 <색.계>를 떠올렸다. 특히 김혜수와 탕웨이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니, 차이는 한결 명백해졌다. 여배우가 인물을 연기하며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는 (감히) 무한한 것이라 봐도 좋다. 특히 외형적 조건이 완벽한 배우가 연기력까지 겸비했다면, 그녀(들)에게 거는 관객의 기대감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극중 남주인공을 몇 번 흘겨보고 옷 자락 몇 개 떨어뜨린다고 해서 팜므파탈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카메라 뿐 아니라 그 너머의 관객의 목젖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까지도 완벽하게 콘트롤한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아니, 그를 넘어서 그게 가능해야 한다. ‘감 나와라, 배 나라와라’하는 식의 리뷰가 딱 빵점인 것은 알지만, 팜므파탈이 팜므파탈일 수 없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그보다 더 빵점이다. 흔히 말하는 ‘끼’와 같이, 팜므파탈은 묘한 분위기 하나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 ‘척’을 하는 것과 정말로 ‘그런 것’과는 정말로 다른 문제다. 특히 <모던 보이>를 놓고 봤을 땐 그렇다. (관객이 유혹당하고 싶어 죽겠는데, 유혹을 안 해주면- 게다가 남자주인공까지도 유혹 안 해주면. 어쩌지. 그땐 정말 어쩌지.ㅠ)
처음엔 두근거렸다가, 조금 있으니 ‘설마설마’하다가, 은근슬쩍 화가 나다가, 점점 민망해졌고, 결국은 포기했다. (이게 내 인생 가장 짧은 리뷰로 남길 바란다.)

+정지우 감독은 <해피엔드>,<사랑니>때 보통이 아니다, 남성감독이 어떻게 이렇게 심리묘사가 내밀할까, 감탄에 감탄을 연속했던 이었는데. 봄부터 나온다 만다 말도 많고 기대도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어찌된 사정인지 뒤늦게 개봉을 했고, 후반작업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재(통)편집을 스무 번쯤은 한듯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도 좋으면 그만인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시나리오 자체서부터 인물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동시에 인물설정과 사건전개간의 개연성 또한 빈약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근본적인 의심을 낳게 했다. (아, 속상해)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최고의 남녀배우와 최고의 배급사와 최고의 세트(그리고 CG)가 가세했는데, 결과물이 이토록 초라하다니. 아이에게 땡 빚을 내어 최고급 과외를 시켰는데, 일년 후에도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라는 가정과 비슷하려나. 역시 영화를 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과 똑 같은 가보다. 정 감독님, 많이 속상하시겠지만-팬 이’었’던 저는 더 속상해욧ㅠ

내가 방문했던 어제는 시청광장과 덕수궁 내, 돌담길에 이어져 주변 곳곳에서 행사가 열려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공짜였기 때문인지 民 차원에서의 참여는 확실히 이뤄진 듯 했으나,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전시관 내 인터페이스의 불화실성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우왕좌왕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비엔날레라는 명칭이 엄연히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미술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2년 동안 뭐했니?’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선진국 차원에서 이야기 하자면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부산비엔날레까지 섭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올해의 광주비엔날레는 실망이었고, 서울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는 중상이라고 평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공간활용과 진행능력, 분위기 유지 등이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어 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