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전쟁의 서사

어차피 ‘어린이 물’이니 괜찮으려니 했다. 조금 유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간 ‘키덜트’를 위해서도 뭔가 ‘짜잔-‘하고 와 닿는 부분이 있길 바랬는데, 흠. 영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은 조금 갈증 나는 로봇의 서사를 보여주었다.
비주얼적 서사
전작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하는 CG를 사용했다는 2편. 그 안에 투자되었을 인력과 렌더링 시간만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2>는 그들의 슬로건 ‘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를 근본적으로 의심케 했다. 20인치 모니터를 통해 봤어도 1편은 충분히 크고 센 로봇들이 많이 등장해 심장이 쿵쾅거렸는데, IMAX관에서 린킨파크의 신나는 사운드와 함께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2편에 대한 재미가 덜했던 것일까. 그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CG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영상관련업자들의 관심사는 트랜스포머 제작자들과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눈이 그를 따라가고, 심지어 ‘재미있다, 흥분된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는 한정되어 있다. 문제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CG 기술이 인간 시각과 인지의 한계점을 추월할 경우이다. 사견으로서는 <트랜스포머 2>또한 같은 난제에 봉착해있는 듯하다. 만드는 사람입장에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비주얼)기술적 업적을 달성한 것이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더 화려해 전반적 흥분을 더해준다’기 보다는 ‘하도 정신 없이 지나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 엄청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는 건 안다’정도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쟁의 서사
앞서도 말했듯 ‘그냥 애들이 보는 건데’라고 하고 서사에 구멍이 많이 나 있다면 그야말로 ‘애들’에게 실례다. 체감하기론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논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겟층이 어리더라도 구성은 탄탄히 하는 편이 낫다. 1편에서는 로봇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었고, 로봇들 간 선악구조가 소개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개별적 서사와 전체의 서사가 잘 맞물려 들어갔다. 그러나 외계로봇으로 알려진 오토봇들이 선사시대부터 지구에 존재했었다는 전제로 시작한 2편에서 벌어진 로봇 간 전쟁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다. 로봇의 모양새가 조금 더 정교해지고, 그들의 감정과 인격이 조금 더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대신 개개 로봇 별 특기나 특징이 더 확연히 들어난다거나, 전쟁의 이유와 그에 협조하는 여러 인간의 형상들이 조금 더 일관적이라면 한층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
재미있었던 건, 인간의 업적이라고 알려진 여러 문화유물들, 특히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것이 실제로는 로봇의 조상이 위장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란 설정이다. 혹자는 미국 출신 제작자의 오만이라고 혹평했지만,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외계로봇 또한 인간과 같이 조상이나 계보를 중요시하고 위계질서를 존중하거나 선악과 같은 가치를 따른 다는 점, 그들에게도 인간의 감정과 유사한 것이 있어 인간에게 친화적이거나 적대적일 수 있다는 생각 등. 모두 인간에서 출발한 발상이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주인공 샘에게 접근한 금발의 미녀였다. 인간의 형상으로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외계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은 캐릭터에 있어서의 진화다. 그러나 이는 SF물에서 자주 등장했던 공식이었고, <트랜스포머 2>에서는 단 한 번밖에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