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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10/17  그림이야기_두 번째
  2. 2008/10/07  그림 이야기_첫 번째
  3. 2008/09/08  DID 아트 포스터 공모전 (3)
  4. 2008/08/27  The Dark-made (5)

그림이야기_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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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가을날씨가 이렇게 포근한가 싶을 정도로 알흠다운 날의 연속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영화하는 친구에게 훌륭한 감독이 되라(에휴) 선물로 주어 이 또한 내 수중에는 없는 그림이올시다. 그때 아마도 영화사 수업에 혼자 심취하셔서 필름 누와르를 즐겨봤던 것 같다. 잘 차려 입고 열심히 범죄를 저질렀던 그 흑백영화들의 주인공이 알쏭달쏭한 포즈로 같은 듯 다른 사과를 반쪽씩 들고 있고(이는 모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밝힘) 뒤로는 에스컬레이터(그날 유난히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음)가 언뜻 보인다. 중요한(?) 머리는 과감히 제거했는데, 당시 즐겨보던 미드 <하우스>의 타이틀에서 살짝 훔쳐와서 빈 공간에 ‘Directed by 아무개하는 식으로 싸인 해서 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보면, 내가 좀 수트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그 친구는 아직도 학교 편집실을 헤매며 열심히 감독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알량했던 모습 모두 세파에 녹슬어 버린 것 같아 은근 씁쓸한 날이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요즘엔 성악한다는 것보단 뮤지컬 한다가 낫고, 영화 한다는 것보단 글 쓰는 게, 파인 아트보단 미디어아트 한다는 게 낫게 들린다. 돈과 주류에 동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원래의 자리를 지킨다는 게 뭐 뚝심 있어 보인다기 보단, 그냥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워낙 참 예술이란 게 그렇다. 쩜쩜쩜. (할 말은 무지 많겠으나, 애써 참고 있는 1人 ☞☜)

2008/10/17 11:22 2008/10/17 11:22

그림 이야기_첫 번째

가을맞이로 그림 이야기나 해보려 한다. 난생처음 그림을 팔아본 것이 벌써 한 해하고도 반년이 지나간다. 무엇에 경도되었는지 몰라도 하루에 한 장씩 열심히 그림을 그려대던 이년 전 무더웠던 여름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는 더 이상 수중에 없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마음까지 드는) 그림들을 둘러보고자 그림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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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년 전 고대에서 계절학기를 들었을 때 그렸던 그림인 것 같다. 6호선을 타고 가다가 몇 번인가 이태원 역에서 샌 적이 있었는데, 이태원 역 근처의 스타벅스에 가면 묘한 느낌이 들곤 했다. (하긴 그건 특정한 몇몇 지역의 스타벅스에 가도 마찬가지다.) 평일의 이른 시간이었으니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이층 안쪽 즈음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까페 라떼 한잔과 크로아상을 시켜놓고, 마냥 영화잡지(무비위크나 필름2.0 중 하나)를 들척거리고 있었다. 재미난 게 없을까 하다 그냥 내 시야에 들어오는 첫 번째 프레임을 잡아보자던 것이 이와 같은 결과물이 되었다. 촬영감독들이 평소에 자기만의 샷을 잡고 싶어하는 마음을, 아주 조금은, 정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08/10/07 21:31 2008/10/07 21:31

DID 아트 포스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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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전시를 보고 그에 대한 감상을 표현했던 'The Dark-made'가 운 좋게 당선되었다. DID 전시는 기획사의 사정상 지속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와 같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11()부터 해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가 된다. (디자인네트에도 수록될 예정)

2008/09/08 14:41 2008/09/08 14:41

The Dark-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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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_watercolor_fingerprint


어둠이 생성한 질서는 강압적이지 않았다. 순간의 정적 뒤에 찾아온 평안은 낯설지만 친절했다. 내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손의 신호는 먼 끝 섬의 메아리처럼 아득했지만, 신기하게도 그 소리의 근원을 향해 나는 한 걸음씩 발을 떼어내고 있었다. 무딘 줄만 알았던 손가락 끝의 감각이 잘 갈려진 칼날처럼 번뜩였다. 물을 한 번 만져보세요. 어떻게 흐르나요. 졸졸 흐르죠? 이건요? 바닥에 이건 뭘까요? , 타일 맞아요. 어떤 모양일지 알겠어요? 물결모양, 바로 그래요. 끊임없이 주고 받았던 대화 가운데 내가 방금 전까지 생생히 눈으로 확인했던 이미지들이 다른 형태로 형상화되는 과정. 선반의 물건을 집을 때도, 삐죽이 나온 잡초를 뽑을 때도, 사랑하는 이의 눈가를 어루만질 때도 모든 것은 시각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물론 내 눈으로 먼저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냄새로 촉감으로 소리로 맛으로 그리고 그 외의 느낌으로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보지 못하고 태어났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쭉 볼 수 있었다가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요? 시력을 잃기 전까지 알고 있던 이미지들을 다른 감각을 이용해 발견하면서 기억해내려고 애쓰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중에 그 기억조차 흐릿해지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끝인 걸까요? 조심스레 내딛던 발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미지에 대한 상상이 마침표를 찍는 지점. 나는 과연 어떻게 할까. 그땐 아마 시각 너머의 시각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존재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각또는 보는 것에 집착하면서 그것이 중요했던 만큼 쉽게 덧없는 가치로 전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미지란 비단 보는 것보이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를 넘어서서 다른 감각으로 전이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왜 미처 몰랐을까. 그 어느 때보다 손과 발을 많이 사용하면서 그를 통해 일종의 날개를 얻은 기분이었다. 어지럽게 찍힌 손과 발의 더듬거림. 알 수 없는 문자 같기도 흐릿한 새의 모양 같기도 했다. , 자유롭구나. 이젠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구나. 나는 훨훨 날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2008/08/27 22:11 2008/08/27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