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안에 담긴 철학
6연패의 늪에 빠져있는 두산과 치열한 4위 쟁탈전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롯데와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실로 오랜만에 잠실구장을 찾았다. 다음주면 본격적으로 올림픽이 시작되기에 이번 주 경기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관중이 자리를 차지했다. 두산 팬인 동행은 ‘야구장과 공항에만 가면 흥분을 감출 수 없다’는 말로 야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성인 남자들의 공놀이’라고 폄하하기엔 ‘그 흥분’이 너무 진지한 것이라, 말 없이 그의 말에 동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롯데 팬들은 홈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무적의 부산갈매기’였고, 그 덕이었는지 두산 감독의 잦은 투수교체 때문이었는지, 8회까지 홍성흔의 선전으로 3점으로 앞서가던 스코어를 단방에 역전시켜 두산 팬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지못미ㅠ)


두산 vs 롯데, 7월 29일 잠실경기
종종 스포츠맨들이 ‘공은 둥글다’고 하는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새삼 곱씹게 되는 7월의 마지막 밤. 야구장에는 갓 튀겨낸 중복 치킨보다도 후끈한 열정이 들끓고 있었다.
뒷얘기. 평소 탁월한 (동네)탁구실력으로 자칭 ‘태능인’인 대학원 동기 녀석은 이쁘장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야구에 대한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었다. 경기가 끝나고 잠시 나눈 통화를 통해 “난 절대 야구에 깊이 빠지지는 않겠어.”라고 선언했더니, “언니, 그게 그리 쉽게 되는 건 아냐.”라며 응수했다. 뭐든 ‘중독의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손을 대지 않는 ‘결벽스런 성격’ 탓에 ‘슈퍼마리오’ 이후 게임의 세계에 발도 담지 않았었는데. (그게 무슨 자랑이냐!)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에도 나오는 대목이지만 ‘적당히 타락한 중독’은 되려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으려나 싶다. 좀 ‘헐겁게’ 살아봐야겠다. 야구여,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