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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1  3 Reasons To Leave

3 Reasons To 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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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TV 광고 중


아시아나와의 끝없는 전쟁에서 올드한이미지의 대한항공은 젊음을 택했다. 미국노선운항을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TV CF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시리즈는 특히 2,30대를 타겟으로 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학생활의 시작=유럽배낭여행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던 시절이 불과 십 수년 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식상한 유럽대신 미국으로라는 주문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이 광고에서도 단편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실은 젊음, 또는 젊다는 것이 떠날 수 있는 자유(권리)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자고로 여행이 육신의 양식으로, 사회적 기본 교양으로 기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몽테뉴는 여행을 일컬어 인생이라는 학교의 선험적 예행연습이라 했고, 오스카 와일드는 여행의 활동성으로 인해 정신이 정제됨을 찬미했다. 또 괴테는 어떠했는가. 그는 자신의 유명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그곳에서 우울한 자신의 고향 독일로 우리 모두를 구원할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그 말은 괴테의 문학적 영감으로 실현되었다.

#1 나에 대한 인식

MBC 예능프로 <명랑히어로>의 한 코너에서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러의 길어 들어선 작가 김동영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는 요즘 나온 여행서와는 조금 차별된 책이다. (more) MBC 라디오 이소라의 오후의 발견에서 음악작가로서도 발 담고 있는 저자는 서른이 되던 어느 날, 이때까지 모았던 돈을 몽땅 투자해 미국 66번 국도를 따라 국토를 횡단해 보자는 당찬 계획에 돌입하게 된다. (more) 90년대 이후부터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이와 같이 떠났던 사람들이 간간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변지인들의 눈에는 객기나 허세, 현실감각 제로 등으로 비칠 수 있는 여행들이 떠나는 이들에게는 유의미한 무언가로 작용했다. 그들은 사회고 뭐고, 일단 나를 놓아줄 수 있는, 철저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경험을 위해 시간과 돈을 바쳤고, 그 이후의 효능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훌쩍 떠남 자체가 효율/기능이라는 가치척도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단 (아직) 젊다고 해서 무조건 떠날 필요는 없다. 그 어떤 강박관념도 작용치 않고, 그 누구 하나 떠나지 못해 비겁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환경에 놓이는 상황 자체가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구태의연한 사춘기 질문에 허덕인다고 손가락질하는 그이들의 마음에는 과연 확고한 상()이 자리잡고 있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자신과 관계 맺고 있던 모든 중요했던 가치들과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인식의 출발이고, 여행을 떠나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2 너에 대한 이해

지난 26 KBS 1TV <사미인곡>을 통해 방송되었던 ‘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에는 스물 여섯의 강기태라는 청년에 대한 조망이 있었다. (more) 2008 9월부터 장장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후원을 통해 얻은 트랙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며 농촌에 대한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more) ‘그는 왜 떠났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떠나고 싶어도 함부로 떠나 수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그의 여행은 자유롭기 짝이 없지만, 요즘의 상황에선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떠나기가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결론적으로 떠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음은 같지 않을까. 누군가 끊임없이 떠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가장 많이 취하는 태도는 , 그래. 너는 떠나라라는 냉소일 것이다. 굳이 내가 너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지, 또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하며 끝없는 자기 안으로의 냉소와 부딪히다 보면 떠나는 것뿐 아니라, 그 어떤 행동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강기태의 여정은 고됨 그 자체이다. 노숙과 허드렛일을 반복하면서 그가 과연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제3자의 눈에도 그의 떠남이 가치 있는 것은 그가 최소한 새로운 환경에 의해 형성된 상황에 처해보고, 그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순간들을 수집한다는 부분이다. ‘내가 아는 나남이 아는 나를 조금씩 꿰어 맞추는 작업도 때늦은 성장통에 포함되기에, 떠나는 게 낯설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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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츠키지 시장, pic by b. kang


#3 떠남, 그 자체에 대한 거부할 수 없음에,

비단 원인-결과론 적으로 떠남에의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역마살’, ‘장돌뱅이 인생이라는 표현들이 부정적으로 이해되었던 것만 보더라도 정착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불신이 따랐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초---대학-취업이라는 일방향적이고 기타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디가 되었던 떠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정착이라는 오래된 습관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떠나기 위한 떠남이 아닌, 머무르기 위한 떠남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숨어있음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떠나는, 또는 떠남을 계획하는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축복이 있으리라. 지금을 살아가기 보단 살아내려는 그 모든 움직임에 살아 숨쉬는 젊음이라는-레이블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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