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s Coming-out
지난 밤 9시, 중국은 그들의 성대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베이징, 장예모, 올림픽. 그 듣기만 해도 (스케일 때문에) 벅찬 이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중국의 ‘제 2의 전성기’가 바로 여기 있다고.
올림픽은 더 이상 예전의 올림픽이 아니다.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세계평화나 냉전종식, 국가간의 이력다툼 같은 것은 먼지 폴폴 나는 역사 속으로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대신 돈과 돈과, 또 돈의 축제가 되었음은 이제 그다지 서글프게 생각할 부분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올림픽이든 전쟁이든 앞에 내세운 대의명분의 그늘 뒤에선 (감히 상상도 못할)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초라하기 짝이 없었던 지난 아테네 올림픽과는 대조적으로 어제 공식 개막한 베이징 올림픽은 모든 면에서 ‘최대’였다. ‘최고’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문제이지만, 기록 갱신의 부분에서만 보더라도 ‘최고 기록’을 깨는 새로운 ‘최고’가 나올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를 철학적으로 고찰해 보자면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대체 무엇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란 말인가.) 속된 말로 ‘우린 너희랑 스케일이 달라’는 일종의 ‘차원’에 대한 우월감이다. 흔히 사용하는 영어 표현 중에도 ‘above the line’이라는 관용어구가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곳에서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중국 그리고 중국인들의 야심일는지 모른다.
온갖 첨단기술과 볼거리들, 그리고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매스게임 등이 한데 어우러진 어제의 개막식은 ‘버라이어티 쇼’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표현력의 부분뿐만 아니라 그를 채운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이렇게나 ‘무한대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중국까지 (올림픽이기에 과장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들의
뼈 속까지 깃든 자국(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전달되는
것 같아 오싹할 정도였다. (관련리사 링크 1 & 2)

어제의 모습은 다른 한편으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상기시켰다. 히틀러에 의해 공식적으로 성화봉송이 시작되기도 한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나치정권과 독일이 가지는 정치적∙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하려고 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의 대형 행사로 그들이 나치즘 아래 얼마나 단결되었는지 게르만 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족속’인지 천하에 뽐내려는 정치적 의도로 가득했다. 물론 만 70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이 그 당시의 독일과 동일시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과시하고자 하는 부분과 달성하려고 하는 경제적∙정치적 목표는 그에 견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당분간은 그 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달궜던 이슈들이 잠잠할 것이다. 스포츠를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에게 올림픽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놀이’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성, 스포츠정신, 인간 능력의 한계 등 올림픽이 시작되면 늘 반복되는 패러다임들이 여름철 매미 울 듯 맴맴 거리겠지만, 그 뒤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명실상부) 중국이란 ‘메가파워’에
대한 진지한 재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포효에 닭살 돋은 팔을 쓰다듬는 세계가 보인다. 흑,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