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rk-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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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생성한 질서는 강압적이지 않았다. 순간의 정적 뒤에 찾아온 평안은 낯설지만 친절했다. 내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손의 신호는 먼 끝 섬의 메아리처럼 아득했지만, 신기하게도 그 소리의 근원을 향해 나는 한 걸음씩 발을 떼어내고 있었다. 무딘 줄만 알았던 손가락 끝의 감각이 잘 갈려진 칼날처럼 번뜩였다. 물을 한 번 만져보세요. 어떻게 흐르나요. 졸졸 흐르죠? 이건요? 바닥에 이건 뭘까요? , 타일 맞아요. 어떤 모양일지 알겠어요? 물결모양, 바로 그래요. 끊임없이 주고 받았던 대화 가운데 내가 방금 전까지 생생히 눈으로 확인했던 이미지들이 다른 형태로 형상화되는 과정. 선반의 물건을 집을 때도, 삐죽이 나온 잡초를 뽑을 때도, 사랑하는 이의 눈가를 어루만질 때도 모든 것은 시각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물론 내 눈으로 먼저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냄새로 촉감으로 소리로 맛으로 그리고 그 외의 느낌으로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보지 못하고 태어났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쭉 볼 수 있었다가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요? 시력을 잃기 전까지 알고 있던 이미지들을 다른 감각을 이용해 발견하면서 기억해내려고 애쓰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중에 그 기억조차 흐릿해지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끝인 걸까요? 조심스레 내딛던 발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미지에 대한 상상이 마침표를 찍는 지점. 나는 과연 어떻게 할까. 그땐 아마 시각 너머의 시각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존재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각또는 보는 것에 집착하면서 그것이 중요했던 만큼 쉽게 덧없는 가치로 전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미지란 비단 보는 것보이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를 넘어서서 다른 감각으로 전이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왜 미처 몰랐을까. 그 어느 때보다 손과 발을 많이 사용하면서 그를 통해 일종의 날개를 얻은 기분이었다. 어지럽게 찍힌 손과 발의 더듬거림. 알 수 없는 문자 같기도 흐릿한 새의 모양 같기도 했다. , 자유롭구나. 이젠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구나. 나는 훨훨 날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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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22:11 2008/08/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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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어지 2008/08/28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훠어이 훠어이 날아 오르고 있군요.

  2. DonnieSenk 2012/02/04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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