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이름의 신

일본영화의 문법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건 일본문학을 접할 때나, 일본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생경하지만, 그렇기에 끌리는 것이므로. 세상의 모든 값어치 있는 것들은 기다림을 요구하기에. 일본의 정서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때면 느끼는 점은 그들의 삶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치판단이 우리의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공평치 못할지도 모른다. 감정표현도 사건도 결론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 일상적이건 엽기적이건 간에 하나로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있다. 이건 아마도 일본문화를 가르는 어떤 통일적인 기운이라 보여진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자면 그건 매우 얕기도 동시에 매우 깊기도(아니면 깊은데 얕은 척 하는 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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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퍼즐과도 같은 사건구성으로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메가박스와 아트하우스 모모 정도에서만 상영하여 관람권이 상당히 제한 받고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지난 해의 <원스>가 그랬던 것처럼 순수하게 관객의 호응도에 따라 상영관 수와 상영일자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 칠드런으로 잘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는 바람 속에 실려 지나가면 그만인 청춘에 관한 보고서다. 세 명의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사건, 이별과 성장, 그리고 그들을 연결 짓는 신의 목소리 밥 딜런’. 반전운동의 기수로 잘 알려진 밥 딜런이’Blowing in the wind’를 부르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자조했던 것처럼 <..>에 등장하는 가와사키, 도르지, 코토미(그리고 시이나)는 그들의 청춘이 어떤 희생을 필요로 하든 삶의 저변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경험은 그들에게 달지 만은 않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들은 그저 흘러가는 청춘일뿐 그를 억지로 잡으려 하지도 딱히 구분하려 들지도 않는다. 결국 그들은 다르게, 또 똑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자꾸 그들을 있는 그대로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을 향해 원망을 하기보단 잠시 신을 가둬버림으로써그 힘겨웠던 순간을 잊고자 한다. 순전히 자기위로적인 행위에 불과할 뿐이지만, ‘신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말하던 밥 딜런의 존재(CD와 코인로커 속에 연속플레이 되던 그의 노래)를 잠시 밀폐함으로써 그들이 얻는 동지애적 위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겁고 진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 다른 이름으로 청춘앞에 그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을 내어놓지만, 이는 모두 신의 시공간안에서 이뤄진 역사이므로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청춘이라는 이름의 신을 코인로커 안에 가둬놓음으로.   

+ 이 영화의 젊은 배우들의 호연은 또다른 발견이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분식집 아들래미로 '미네 류타로'로 출연했던 에이타의 성장하는 모습은 '제2의 오다기리 죠'를 기대케한다. ('후까시'가 아닌 '카리스마'더라.) 소심한 대학신입생 '시이나'역을 너무도 리얼하게 소화해낸 하마다 가쿠 또한 갓 스물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갠적으로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과 캐릭터가 비슷하단 인상을 받았음둥.) 진짜 '가와사키'역의 그 유명한 마츠다 류헤이는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신비한 눈빛으로 '그분만의 아우라'를 감염시키는 위업을 달성했다. 노련한 중장년 배우들의 호연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참 '딴 짓하기 쉬운 나이에' 진지한 연기를 펼쳐보이는 젊은 배우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반짝 거린다. 그들을 격려해주는 방법 중 가장 큰 건, 아마도 직접 표를 사서 극장에 가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가서 박수 쳐주자. 내 안의 잠자고 있던 열정의 자락을 깨워줘서 고맙다고.

 

2008/08/31 21:27 2008/08/3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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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젊은태양언니 2008/09/02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컨츄리풍 팝이 아주 맘에 든다...

  2. 신어지 2008/09/03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때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는데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영화였달까요.
    왕 느끼한 눈매의 가와사키... 헉 <고하토>의 그 놈(또는 년)이다, 했네요. ㅋ

    • 강보라 2008/09/03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저도 적극 동감해요. 이럴 땐 참 리뷰를 딱히 쓴다는 것도 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그럭저럭이군요'라고만 하기엔 이대까지 발품을 판 게 좀 아까워서
      몇 자라도 써야겠더라구요. (그래서 글이 좀 허접하지만....ㅋㅋ)
      역시 사람이 느끼는 임팩트는 비슷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 방향이 다른 곳을 향해 뻗어나가는 경우는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