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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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된 적이 있다. 서양 고대 사회에서부터 책이 가지는 사회적 위치와 함의를 다루면서 시대별로 여성들이 책을 읽는 행위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통시적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오늘의 한국에서는 (다행히도) 더 이상 책 읽는 여자가 위험하게 간주되진 않는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 여자일 경우엔 얘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CBS 라디오 피디로 잘 알려진 정혜윤과 열린 책들에서 확신을 가지고 밀고 있는 젊은 프랑스 작가 카롤린 봉그랑은 그런 의미에서 조금 위험한 여자들일 수 있다. 그들은 과거로 치면 책벌레였고, 오늘로 치면 지독한 책벌레쯤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 현대인의 독서량이 현저히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유명 블로거는 자신이 인터넷 때문에 난독증에 걸린 것 같다는 고백을 한 적도 있다. OMG!)  

 

정혜윤의 <침대와 책>은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와 여러 부분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침대와 책>은 작가가 사랑하는 책을 일렬로 세워놓고 주제별로 이런 저런 단상을 자유로이 모아놓은 것이고, <밑줄 긋는 남자>는 작가의 애소설이 주플롯으로 등장하는 것이지만, 그를 또다른 픽션으로 끌어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침대와 책> <밑줄 긋는 남자>에 비해 상당히 불친절하다고 본다. 독자의 책에 대한 불호를 떠나 <침대와 책>은 각각의 챕터와 그 안에 담긴 내용 간의 일관성이 없어 작가가 이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물론 수수께기 같은 책 읽기도 때로는 재미있지만, 원래 수수께끼가 될 수 없는 부분을 수수께끼인양 덮어두는 것도 굳이 친절한 행위로 간주할 수는 없다. <밑줄 긋는 남자>는 작가가 비단 자신의 감상을 읊고, 좋아하는 구절을 발췌하는 선상을 넘어, 그를 토대로 또 다른 창작을 해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문득 문득 주인공 콩스탕스의 모습이 영화 <아멜리에>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도 귀여운 탐정놀이를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더불어 ‘Hand in Hand Library’에서 나온 문고판/페이퍼백으로 만난다면 가격이나 무게 면에서 훨씬 가볍게만날 수 있다.)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은 상이하게 나타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성은 동색으로 느껴진다. 세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간접)경험들을 주어 담는 책 장 속의 그녀들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침해 받고 싶지 않는 시간을 간직한다.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그녀들은 그녀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니 말이다. 이 외에도 조금 비슷한 관점에서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나 호란의 <다카포>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되도록이면 많은 기대를 가지지 않고 읽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감동은 두 배가 될 것이다.    

 

덧붙이기.

정혜윤은 지난 학기의 김탁환 교수님의 스토리디자인이란 수업덕분에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샛노란(!) 새틴 미니원피스에 검은 피부가 돋보였던 팔등신의 그녀는 라디오 이야기, 책 이야기, 연애 이야기,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두서없이 펼쳐놨다. (작가는 작가다운 옷을 입고, 작가다운 분위기를 풍긴다던 김영하 선생님의 말을 180도 뒤엎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적어도 작가다운 구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초청강연의 의도는 그녀의 책 감상기를 모아놓은 <침대와 책>이란 작품(?)을 읽고 자유로이 질문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날 만남은 삼천포를 향해 닻을 높이 올리고 있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

2008/06/25 10:50 2008/06/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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