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통상적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로 이해되지만, 특수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평적인 관계, 나아가 쌍방향적인 관계일 때가 있다. 먼저 난 자로서 스승’, 나중 된 자로서 제자로 명명되었을 뿐이지, 말 그대로 청출어람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최근 수목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편의 드라마, MBC <베토벤 바이러스> SBS <바람의 화원>은 이와 같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음악과 미술이라는 장르 안에서 벌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다른 분야의 그것보다 민감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예술인의 특성 상 타인의 재능을 쉽게 감지할 수 있고, 반사적으로 그를 경계하게 된다.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운 무언가 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이 좁은 만큼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그 까닭이겠지만,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해야만 하는 직업이기에 그를 위협하는 존재는 당연히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가 살리에르 증후군을 앓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가운에서도 영감의 끈이 오고 가고 자신 이외에 가장 큰 라이벌과의 한판 승부도 기대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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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와 강건우(장근석 분)의 관계는 위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철저한 노력파로서 천재적 기질을 보였던 평생 라이벌에게 뒤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굳히는 강마에에게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뛰어난 연주실력을 보여주는 강건우의 존재는 살아있는 트라우마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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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에서의 김홍도(박신양 분)와 신윤복(문근영 분)의 대결구도도 유사하다. 픽션이 많이 가미되었지만 동시대를 풍미한 두 화원의 엇갈리는 운명이 스승과 제자, 남자와 여자, 인정받은 예술가와 그렇지 못한 예술가로 대비된다. 신윤복의 당돌함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김홍도는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두 드라마는 서양의 음악과 동양의 미술이라는 어찌보면 판이하게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를 관통하는 천재와 천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강마에나 김홍도 모두 자신의 재능을 둘러싼 상처를 간직하고 있고, 현재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방어책을 고수한다. 그래서인지 공통적으로 괴팍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에 반해 그들의 제자들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대로 솔직히 표현하고 지칠 줄 모르는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때때로 (상대적으로) 늙은 스승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숨 조임으로 다가오는 지 모르고 말이다.

언젠가 들었던 일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는 자신의 제자에게 절대 ‘100%’를 전수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뭐 그리 쪼잔한 이가 다 있나 했지만, 동종분야의 이들은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치열한 밥 그릇 싸움에서 밀려나기란 시간문제라는 이유였다. 뭐 사정이야 제 각각이겠지만, 조금 더 훈훈한 분위기 안에서의 교감이 오간다면 좋을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감탄했었던 한 연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재미교포 재즈 색소폰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16)가 기타리스트 대가 러셀 멜론과 함께 한 연주실황을 포스팅한다. 그녀에 관한 최근 기사도 여기에 같이 올린다.

2008/09/28 17:34 2008/09/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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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양 2008/10/01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재이야기라- 대중들의 흥미를 끄는 단골소재이기도 한 것 같아요. 베토벤 바이러스 구해서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