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소설] 어린 여자_4

"우리의 눈은 환상과 마찬가지로 바로 눈앞에서 또렷하게 보이는 것보다 막연하고 아련하게 보이는 것에 더 매혹되게 마련이다."         -Caspar David Friedrich

첫만남.

남자는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살구색 셔츠에 발그레한 볼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에게 그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자는 기억하고 있을까. 남자가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무렵, 문가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여자가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이 아닌데, 늘상 만남이 그렇듯, 여자와 남자는 초면인양 고개를 까딱였다. 무리에 둘러싸여 온갖 종류의 술이 오갔고, 시시껄렁한 농담들이 오갔고, 의도치 않은 스침 들이 오갔다. 여자는 눈 앞에 놓인 술잔의 형태가 나선형으로 끊임없이 변화함을 느꼈다. , 남자의 눈은 선하구나. 그래, 그이는 좋은 사람이야. 남자는 호탕하게 웃었고, 여자는 붉어진 볼을 살며시 덮었다.


2008/06/23 11:45 2008/06/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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