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소설] 어린 여자_3

해고.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것보다 더 기분이 더러운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관계에서 해고를 당하는 것이다. 물론 누가 찼냐, 차였냐의 문제만큼이나 해고를 하는 이와 해고를 당하는 이 간의 권력다툼이 의미하는 바는 미미하지만, ‘관계에서의 해고자체가 가지는 부정적 느낌은 상당하다. 여자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감정과 연루된 단어는 단 하나도 내뱉지 않겠다고. 남자는 흐린 눈을 꿈뻑거리며 더 할 말이 없냐고 달랬지만, 여자는 이를 악문 채 미안하지 않은 미안을 쉴새 없이 내뱉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자는 되물었다. ‘내가 도대체 뭘 그리도 잘못한 걸까.’ 주차요원으로부터 키를 건네 받은 남자는 석연찮은 기운을 애써 외면했다. ‘뭐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그들 모두 처음 그 때를 떠올렸다. 우중충한 토요일 오후에.    

2008/06/21 22:40 2008/06/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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