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자신이 가깝게 알고 있다는 이와 순간 연락이 끊어진 적이 있는가. ()의 주소, 이메일, 핸드폰 번호,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장소 등등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는가. 행방의 여부는 둘째치고, ()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지는 않는가. 오해와 착각은 (적어도 지구라는 행성 내에서는) 고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인간 고유의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동시에 이는 인간의 이성이 비단 발전적인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은 내가 보고 있는 것 이외에는 못 본다라는 뜻이 된다. 같은 논리로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외에는 알지 못한다는 게 된다. 결국 본다에서 파생된 착각과 안다에서 파생된 오해가 빚는 파급효과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위의 에피소드는 이와 같은 인지와 이해의 양면성(또는 그 허수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그러니 결론은 인간이여, 오만해 지지 말라”! 실제 당신은 그 무엇도,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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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는 한 가족의 파멸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파멸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어머니의 죽음이나 아들의 죽음 등)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아들은 자신이 모든 상황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아들은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여기고, 한 아내는 자신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현실, 믿고자 하는 사실에만 근거해 작은 사건을 계획하지만, 그 사건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수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모두가 코너에 몰리고, 적잖이 당황하고,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친다. 그리고 이 모든 잔혹한 결말의 근원은 나는 다 알고 있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정사실화되어버린, 신화화 되어버린, 무시무시한 가정에서부터.

그러니 적어도 내 상황만큼은, 나 자신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마라. 문제는 무흠무결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100프로 세이프하다고 여기는 순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게 세상의 이치. 그렇다고 벌벌 길 것 까지는 없다.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 만사에 오만한 일, 나는 예외일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서부터 의식적으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만이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최소한의 기제다.

p.s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살을 뺄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 자신감에 반한 팬들이 많으니, 굳이 과감한 체중감량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연기 하나는 끝내주니깐, 투실한 살집도 내공의 펌프가 된다. 왕년의 꽃미남 에단 호크가 몰라보게 살이 빠진 것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의 행크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가여운 외모를 가질 법도 하다. 연기? , 거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생긴 배우는 연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통설도 다 옛말이다. 팔방미인이 판 치는 세상이다. ‘지니역의 마리사 토메이는 얼마 전 <더 레슬러>에서도 으로 열연하더니, 이번 영화에서도 육탄전을 마다치 않는다. 64년생이라는 걸 감안하면, 경의에 찬 박수를 보낸다.

2009/05/26 12:16 2009/05/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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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ok 2009/06/02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단호크♡포에버)ㅎㅎ

    • 강보라 2009/06/02 1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 요즘 배우들은 너무 다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뭐, 못하는 게 없네. 그 중에 하나인 만능씨 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