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지난 17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두고 말이 많다. ‘역시 김지운이라는 찬사와 함께 너무 빈약한 블록버스터란 비난까지 그 평의 스펙트럼이 만주벌판 만큼이나 드넓게 퍼져있다. , 편 가르기야 초등학교 이전부터 익숙했던 이데올로기니 어쩔 수 없다 치고. 그 지형도 안에 굳이 집어넣자면, 난 당당히 ‘FOR’의 편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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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옹호함

 

김지운 감독은 말보다는 그림이 익숙한 사람이다. (오호, 이 단호한 어조 좀 보게. 니가 옵하 친구냐.) 그의 아이디어회의를 훔쳐 본 이의 말에 따르면 연담의 달마도저리 가라 하는 수준의 절도 있는 획이 몇 번 쓰스슥,하고 그려지더니만 컨셉이 정해지고 카메라 워킹이 맞춰지고, 결국 위대한 그림 회의가 대장정의 막을 내리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증언 하나. 지난 학기 영상원에서 시나리오 수업을 듣던 친구 하나 왈, “놈놈놈 시나리오가 휑 해. 황량한 사막이야. 이것만 보면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지.”란다. 그렇다. 그림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뭐니뭐니해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리고 아무리 한국관객의 눈이 호사스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에서 하고 콧방귀를 뀐다면 막말로 멱살이라도 잡고 말하고 싶다. “니가 만들어 봐. 이만큼 나오나.” (, 감정을 자제하자. 자제하자.) 아무튼 시각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들은 놈놈놈의 그림이 어떤 피땀의 결과인지 당최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감독을 옹호함

 

놈놈놈에 대한 옹색한 평론의 주된 알리바이는 내러티브 빈약혹은 과잉이다. 굳이 사견을 피력하자면, 후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긴 한다. 알려진 바대로 칸 버전은 액션의 속도감을 더 높인 반면에 국내 개봉판은 서사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김지운 감독의 고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을 지 미미하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관객이 그림보다는 드라마에 치중하는 성향을 감안해서라면 웨스턴에 왠 구구절절한 설명?’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라도 어쩔 수 없는 투자자와의 타협이 있었을 것이다. (, 그 외에도 영화 한 편에 Director’s Cut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무리는 한 여름에 메미 떼처럼 많긴 하다.) 하아. 그러니 감독이 오리지널 웨스턴에 다가서려고 하면 할수록 말없이 쫓는 자와 말없이 쫓기는 자에 대한 부연설명이 죽음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으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서글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간지를 옹호함

 

미쟝센이고 캐릭터고 스케일이고 모두를 떠나 딱 하나 꼽자면, 박도원(정우성 분)의 공중 씬이 아닐까 한다. ‘연옌 기럭지 사에도 길이길이 남을 이 장면은 하악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게 만든다. 요즘 세대의 멘털리티로 말하자면 잘 생긴 것도 연기요, 간지나는 것도 실력이다랄까. 어찌하다 보니 툭하면 간지 타령인 거 같지만, 간지의 진정한 뜻을 알고자 한다면 박도원의 유려한 공중그네 씬을 봐라. (, 말도 사족 같다. 무슨 해설이 있는 그림도 아니고.)

 

김지운의 놈놈놈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포스트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붙이는 것도 어설프고, ‘한국형 코믹 웨스턴이라는 것도 어정쩡하다. 그가 영화 내내 보여준 가상의 모던은 김지운 특유의 무국적성을 집약해서 보여준 것이리라. 달파란과 복숭아의 비범한 음악적 추격도(웨스턴인지 스페니쉬인지 모를) 그 색채를 더하는 데 한 몫 한다. 이 상황에서 완벽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완성도만이 알이 꽉 찬 석류마냥 생그르르 웃고 있다.  



2008/07/19 08:13 2008/07/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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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Different Tastes™ Ltd. 2008/07/19 17:34 ×
  1. 신어지 2008/07/19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우성의 수퍼 액션이 없었더라면 저도 그나마 볼거리도 빈약하더라며
    againt의 편에 섰겠지만요. 간지도 실력이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 강보라 2008/07/20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동행도 '보는 중간에 잠시 졸았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해서 기가 팍 죽어있는 중인데. 그래도 꿋꿋이 옹호하렵니다. ㅠ_ㅠ

  2. 가상은 2008/07/24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으름에 아직도 못보고 있는 1인. 보고나서 다시한번 리뷰를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