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式家庭料理 no. 1
누군가 나에게 지난 여름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그 무엇보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일-전 일본요리만화를 섭렵했습니다. ‘맛의
달인’과 같은 만화는 100권이 넘어가니 그것만 다 보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아니 체력도 부족했고, 하나하나씩
암기(?)하고 넘어가는 머리도 부족했다. 양질의 만화가 모두
그렇듯, 너무나 방대한 양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역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요리를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가이세키와
같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요리보다는 가정에서도 쉽게 해먹는 소박한(일본가정식도 소박하지만은 않더라는 사실) 음식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츠지원이 넘버원이라고 했지만, 역시나 너무나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차선으로 다른 요리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격주로 나가는 토요반에서는 가을코스로 총6회의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오늘 만들어 본 요리는 선선한 가을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몸을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되었다. 톳영양밥과 새우완자 맑은 국, 일본식 토마토 그라탕과 야채튀김피클(일반 피클처럼 새콤하지는 않지만 튀김옷 없이 튀겨낸 각종 제철채소를 간장, 설탕, 청주, 물 등을 섞은 물에 담가놓아 밑반찬처럼 먹을 수 있다), 뭐 하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없는-그러나 완성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는 요리들이었다. 음식에 대해, 미각에 대해, 식재료에 대해 남다른 자세와 철학을 가진 일본인들의 면면을 단시간의 조리학습으로 다 맛볼 순 없겠지만, 그림으로만 보던 음식을 향이 나는 실제의 먹거리로 재탄생 시킬 수 있음에 행복할 따름이다.
Trackback URL : http://borakang.com/tt/trackback/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