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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7'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10/17  그림이야기_두 번째
  2. 2008/10/17  The HACK show

그림이야기_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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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가을날씨가 이렇게 포근한가 싶을 정도로 알흠다운 날의 연속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영화하는 친구에게 훌륭한 감독이 되라(에휴) 선물로 주어 이 또한 내 수중에는 없는 그림이올시다. 그때 아마도 영화사 수업에 혼자 심취하셔서 필름 누와르를 즐겨봤던 것 같다. 잘 차려 입고 열심히 범죄를 저질렀던 그 흑백영화들의 주인공이 알쏭달쏭한 포즈로 같은 듯 다른 사과를 반쪽씩 들고 있고(이는 모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밝힘) 뒤로는 에스컬레이터(그날 유난히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음)가 언뜻 보인다. 중요한(?) 머리는 과감히 제거했는데, 당시 즐겨보던 미드 <하우스>의 타이틀에서 살짝 훔쳐와서 빈 공간에 ‘Directed by 아무개하는 식으로 싸인 해서 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보면, 내가 좀 수트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그 친구는 아직도 학교 편집실을 헤매며 열심히 감독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알량했던 모습 모두 세파에 녹슬어 버린 것 같아 은근 씁쓸한 날이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요즘엔 성악한다는 것보단 뮤지컬 한다가 낫고, 영화 한다는 것보단 글 쓰는 게, 파인 아트보단 미디어아트 한다는 게 낫게 들린다. 돈과 주류에 동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원래의 자리를 지킨다는 게 뭐 뚝심 있어 보인다기 보단, 그냥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워낙 참 예술이란 게 그렇다. 쩜쩜쩜. (할 말은 무지 많겠으나, 애써 참고 있는 1人 ☞☜)

2008/10/17 11:22 2008/10/17 11:22

The HACK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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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페그는 물건이다. 머리만 금발인 미스터 빈같기도 하고, 말투하며 행동거지가 딱 브리티쉬. 런던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느꼈던 런던-비런던 지역간의 문화 차는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미 주류 영화에서 브리티쉬는 휴 그랜트, 올랜도 블룸, 주드 로, 제임스 맥어보이 등으로 이어지는 런던 출신 젠틀맨 계보에 충실해 브리티쉬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 단아한 풍의 캐스팅 라인에 일대 가격을 더한 것은 사이먼 페그와 같은 돌연변이의 등장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How to lose friends and alienate people>에서 사이먼 페그의 존재는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이는 앞서 잠시 언급했든 미스터 빈 시리즈와 유사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흡입력이 있어 다른 요소들로는 대체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단 뜻이다.

언제부터 전형적인 유러피언 룩’(얌전한 체크셔츠에 코듀로이 자켓, 면바지와 가죽신발로 마무리되는)이 미쿡인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따 복장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극중 사이먼 페그는 그러한 뉴요커 클리셰에 부합하는 영국 촌뜨기로 묘사된다. (유럽 각지에서 목도하는 미국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가히 패셔너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싶은데. 나이 지긋하신 양반들이 나이키 운동화에 흰 스포츠 양말 한 껏 올려 신고, 폴로 반바지 입은 모습은 진정 어썸일까나.) ‘강한 액센트 때문에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는 핀잔을 받으며, 물 오른 클럽 중앙 스테이지에서 민폐성 부비부비를 불사하고, 트랜스 섹슈얼과의 충격적인 첫 밤(?)을 보낸 후, 만나는 이들마다 당신 유태인인가요? 또 게이인가요?’라고 묻기에 여념이 없던 그는, 그래도 자신이 주류에 굴복하지 않는 신선한 유머와 비꼼의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 그가 점차 물고 뜯기는 잡지 판에서 위로 치닫고 올라가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무서운 질주가 시작되고, 결국에는 정상 바로 아래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늘 그렇듯) 가족(또는 가장 가깝고도 멀리 있는 존재)으로부터 진심 어린 회유를 받고, 셀러브리티들에게 깽판을 치고 돌아온다는 아주 단..한 스토리다.

몇 번인가 사이먼 페그의 정면 클로즈 업이 나오는 데 그때마다 어쩜 저렇게 장난기가 줄줄 흐를까싶어 그의 나이를 의심케 했다. 늙어도 늙지 않는 저런 캐릭터도 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 주근깨 가득한 삐삐 인형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어려울 텐데. 요즘 세대 중 키덜트(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직 아이인 또는 아이고자 하는-),’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장 좀 보태어) 사이먼 페그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잭 블랙 옵하도 쌀앙해요)    

2008/10/17 10:38 2008/10/17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