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뮤지엄] 오디오 북 시리즈 16
robert adams, 1974 
죽음이란 어쩌면 죽어감을 품은 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고, 죽음이 살아있음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여기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며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평탄불감증’과 마주한다. 현재 상황에 대한 당연함이 그저 우연함에 기댄 것임을, 그래도 살아있어 얼마나 다행인지를 미처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생채기 난 무릎, 부서진 범퍼, 텅텅 빈 잔고를 보며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당연치 않았음을, 감각이 무뎠음을, 그저 다행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빠른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늦되다. 우리는 민첩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둔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버겁지만, 서서히 삶이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죽음을 안고 죽어가거나, 죽어가며 죽음을 생각하는 건 비단 슬프고 괴로운 일이 아니다. 실체와 맞닥뜨리는 순간은 실로 두렵지만, 그 이후에는 온전한 평안이 찾아온다. 삶이여, 부디 잔잔하라. 그 앞에 모두가 겸허하리니.
죽음과 죽어감, 강보라,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