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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10/29  서비스, 수다를 경영하다
  2. 2008/10/23  UBC 모던발레프로젝트
  3. 2008/10/22  오, 나의 숙모님
  4. 2008/10/21  아트리더십 – 예고편
  5. 2008/10/19  The MFA is the New MBA
  6. 2008/10/17  그림이야기_두 번째
  7. 2008/10/17  The HACK show
  8. 2008/10/16  HOOK
  9. 2008/10/14  [타임뮤지엄] 오디오 북 시리즈 16
  10. 2008/10/12  사물의 정다움, 정현종

서비스, 수다를 경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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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 샵에 가면 두 가지 상황이 연출된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이건 비단 네일 샵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미용실, 백화점, 택시 등 우리가 고객이란 이름으로 드나드는 모든 장소 안에서 이뤄지는 낯익은 풍경이다. 이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 또는 수다의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말을 먼저 거는 쪽도, 걸어오는 말에 대꾸를 하는 모양새도 총천연색이다. 나는 이런 수다에 동참하면서 그 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관계역학을 관찰하곤 한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상술이고, 어디서 어디까지는 립 서비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진솔함인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일종의 경영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의 말을 통해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고, 그 반응에 대한 나의 반응은 또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모토를 가지고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꽤 많이 나올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지 않은 채 말을 내뱉거나 고도의 계산(절대 전제)하에 대화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수다를 통해 경영한다는 시각에서 보자면 반 정도의 효과만을 볼 수 있다. 즉흥적이고 직관에 의존한 전자의 말과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간파하고 상대의 잠재의식에 귀 기울이는 후자의 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을 때, 서비스란 필드 안에서 자신이 공급자이건 수요자이건 상관없이 성공적인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소위 말을 잘하는 사람은 비단 보험회사 직원이거나 정치인이거나 동네 반상회 회장이 아니다. 그들은 이 가지는 힘을 알고, 그에 적절히 효과를 부여하고, 무엇보다 말로써 제대로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연기의 기본은 ‘action’이 아니라 ‘reaction’이다.) 서비스 업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수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는 결국 서비스 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관계 안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리다. 스스로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가. 모든 수다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고 보는가. 과연 당신이 믿는 가치가 맞는지,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때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다.   
+오랜만에 네일 샵에 갔다가, 평소 '네일 샵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대화를 나눈 것'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참 귀여운 아가씨였는데, 때때로 '일회적 타인'의 삶은 이렇게도 흥미로운 것인가, 싶어 신기했다. 예전 NYT에 '어린 소녀들의 첫번째 페디큐어'에 관련한 기사가 있어 링크한다. 이 글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자아이들이 외적 허영에 눈뜨는 시기'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가볍게들 읽어보세요.

2008/10/29 15:35 2008/10/29 15:35

UBC 모던발레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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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tage, UBC


지난 18일 오후 3, LG 아트센터에서 UBC<모던발레프로젝트>공연에 다녀왔다. ‘모던발레라는 (일반인에게는) 난해(할 수도 있는)한 장르를 적절히 시대의 요구에 맞게 해석했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지난 번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NDT II’의 공연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안무가 한스 반 마넨.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블랙 케이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들떠 있었는데, 역시나 (최고까지는 아니었지만) 드라마가 적절히 섞여 보는 이들에게 한껏 즐거움을 선사했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은 고전적인 발레 동작에서 많이 해체된 형태를 보여준(특히 톰 뷜렘의 음악이 녹록치 않았던) 다소 난해한 작품이었다. 무용수들에게 엄청난 파워와 정교한 밸런스를 요구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당일 9명의 퍼포머가 짊어진 부담감은 상당히 커 보였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무대에 올라간 마지막 작품은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로 제목 그대로 발레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코믹하게 꾸민 내용이었다. (원제는 다름) 특히 무대 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꾸민 무대는 다양한 각도에서 무용수를 관찰할 수 있게끔 하는 재미를 주었고, 진중함과 고상함으로 가득 찬 클래식 발레를 조금 꼬집는 듯한 표현들이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했다. 이렇게 점점 발레의 영역이 일상적 공연의 시공간 안으로 진입하는 건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국내 발레단(및 무용단)의 다양한 시도들이 경제 한파와 함께 불어 닥친 우리의 마음 문을 두드릴 때,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 잊어보는 것도 좋겠다.

+UBC의 샛별 주역 무용수 현준이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어 뿌듯했다. 비공식적 아들래미가 무럭무럭 자라 한국무대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길!

2008/10/23 12:54 2008/10/23 12:54

오, 나의 숙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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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없어 보이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처자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헤로인 문근영이고, 다른 하나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새 얼굴 화요비다. 문근영의 발전된 연기야 진중한 얘기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생각만해도 웃음이 삐죽하고 나오게 하는 화요비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환희-화요비 커플은 마르고-손담비 커플과 함께 지난 추석 때 특집으로 <우결>에 출연하여 호의적인 시청자 반응을 끌어냈고, 2세대 커플로서 부족함 없는 호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전에 ‘X등을 통해 푸근한 이미지로 숙모님으로 불렸던 화요비의 새색시로의 변신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혹자는 그녀의 아이큐를 의심케 하는 언행이 리얼이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나같이 그냥 즐기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사안이 그다지 중요치 않게 다가온다. 그저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는 계산되지 않은 그녀(라고 믿고 싶다!!!) <우결> 2세대 중 가장 유력한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 진짜 귀엽다.)   

2008/10/22 19:38 2008/10/22 19:38

아트리더십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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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 7일부터 8일까지 강원도 원주시에서 개최되는 <한국문화경제학회 2008 추계학술대회>(턱걸이로) 참가한다. 국민대 소병희 교수님, 강원대 유승호 교수님 등 CT에서 수업을 해 주시는 교수님들과 한예종 예술경영과의 이승엽 교수님, 전수환 교수님 등의 낯익은 이름들 덕분에 마음이 한시름 놓이기도 한다. (잘 못하면 좀 혼이 나겠지만 서도)

이번 학회의 기획주제는 창조도시로 현재 정부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 및 민간기업, 개인사업자, 학교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테마가 선정되었다. 두 번째 날 대학원 세션에서 발표할 예정인 논문주제는 아트리더십 Art Leadership - Leadership by Art, Leadership for Art’는 아트와 리더십 가운데 연관성을 찾아내고, 예술경영 나아가 감성경영/창조경영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아트기반 리더십을 제안할 예정이다. (논문제출은 완료된 상태이고, 발표형태는 재정리할 예정)


2008/10/21 09:29 2008/10/21 09:29

The MFA is the New MBA

최근 한 학회논문을 준비하는 가운데, 친구로부터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전달받아 소개한다. (우습지만) 나름 ‘BFA’출신으로서 이렇게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니! 본 기사는 HBR(Harvard Business Review) Senior EditorKatherine Bell이 지난 4 14일 포스팅한 것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그녀는 매니지먼트사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뒤로하고 한 예술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4년간 소설창작을 하며 보내게 되었고, 그 이후 다시 회사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이전보다 여러 면모에서 탁월한 매니저로서 진일보했음을 감지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MFA(Master of Fine Arts)가 매니지먼트에 있어 다음과 같은 강점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1) 크리틱을 잘 소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2) 사람들에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3) 대중을 어떻게 관여(체험)’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4) 좋은 아이디어를 언제(어디에) 적용해야 하는지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경영인/매니저들이 그녀와 같이 MFA를 직접 체험할 수는 없겠지만, 날이 갈수록 창조산업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우뇌 사고자(right-brain thinkers)’를 원하는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위의 요소들을 터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리라 본다.

+Link to the HBR article of K. Bell  ++Link to the Podcasting of her as well   

2008/10/19 16:44 2008/10/19 16:44

그림이야기_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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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가을날씨가 이렇게 포근한가 싶을 정도로 알흠다운 날의 연속이다. 2년 전 이맘때쯤, 영화하는 친구에게 훌륭한 감독이 되라(에휴) 선물로 주어 이 또한 내 수중에는 없는 그림이올시다. 그때 아마도 영화사 수업에 혼자 심취하셔서 필름 누와르를 즐겨봤던 것 같다. 잘 차려 입고 열심히 범죄를 저질렀던 그 흑백영화들의 주인공이 알쏭달쏭한 포즈로 같은 듯 다른 사과를 반쪽씩 들고 있고(이는 모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밝힘) 뒤로는 에스컬레이터(그날 유난히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음)가 언뜻 보인다. 중요한(?) 머리는 과감히 제거했는데, 당시 즐겨보던 미드 <하우스>의 타이틀에서 살짝 훔쳐와서 빈 공간에 ‘Directed by 아무개하는 식으로 싸인 해서 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보면, 내가 좀 수트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그 친구는 아직도 학교 편집실을 헤매며 열심히 감독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알량했던 모습 모두 세파에 녹슬어 버린 것 같아 은근 씁쓸한 날이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요즘엔 성악한다는 것보단 뮤지컬 한다가 낫고, 영화 한다는 것보단 글 쓰는 게, 파인 아트보단 미디어아트 한다는 게 낫게 들린다. 돈과 주류에 동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원래의 자리를 지킨다는 게 뭐 뚝심 있어 보인다기 보단, 그냥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워낙 참 예술이란 게 그렇다. 쩜쩜쩜. (할 말은 무지 많겠으나, 애써 참고 있는 1人 ☞☜)

2008/10/17 11:22 2008/10/17 11:22

The HACK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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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페그는 물건이다. 머리만 금발인 미스터 빈같기도 하고, 말투하며 행동거지가 딱 브리티쉬. 런던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느꼈던 런던-비런던 지역간의 문화 차는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미 주류 영화에서 브리티쉬는 휴 그랜트, 올랜도 블룸, 주드 로, 제임스 맥어보이 등으로 이어지는 런던 출신 젠틀맨 계보에 충실해 브리티쉬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 단아한 풍의 캐스팅 라인에 일대 가격을 더한 것은 사이먼 페그와 같은 돌연변이의 등장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How to lose friends and alienate people>에서 사이먼 페그의 존재는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이는 앞서 잠시 언급했든 미스터 빈 시리즈와 유사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흡입력이 있어 다른 요소들로는 대체가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단 뜻이다.

언제부터 전형적인 유러피언 룩’(얌전한 체크셔츠에 코듀로이 자켓, 면바지와 가죽신발로 마무리되는)이 미쿡인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따 복장으로 전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극중 사이먼 페그는 그러한 뉴요커 클리셰에 부합하는 영국 촌뜨기로 묘사된다. (유럽 각지에서 목도하는 미국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가히 패셔너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싶은데. 나이 지긋하신 양반들이 나이키 운동화에 흰 스포츠 양말 한 껏 올려 신고, 폴로 반바지 입은 모습은 진정 어썸일까나.) ‘강한 액센트 때문에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는 핀잔을 받으며, 물 오른 클럽 중앙 스테이지에서 민폐성 부비부비를 불사하고, 트랜스 섹슈얼과의 충격적인 첫 밤(?)을 보낸 후, 만나는 이들마다 당신 유태인인가요? 또 게이인가요?’라고 묻기에 여념이 없던 그는, 그래도 자신이 주류에 굴복하지 않는 신선한 유머와 비꼼의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 그가 점차 물고 뜯기는 잡지 판에서 위로 치닫고 올라가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무서운 질주가 시작되고, 결국에는 정상 바로 아래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늘 그렇듯) 가족(또는 가장 가깝고도 멀리 있는 존재)으로부터 진심 어린 회유를 받고, 셀러브리티들에게 깽판을 치고 돌아온다는 아주 단..한 스토리다.

몇 번인가 사이먼 페그의 정면 클로즈 업이 나오는 데 그때마다 어쩜 저렇게 장난기가 줄줄 흐를까싶어 그의 나이를 의심케 했다. 늙어도 늙지 않는 저런 캐릭터도 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 주근깨 가득한 삐삐 인형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기도 어려울 텐데. 요즘 세대 중 키덜트(몸은 어른인데 정신은 아직 아이인 또는 아이고자 하는-),’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장 좀 보태어) 사이먼 페그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잭 블랙 옵하도 쌀앙해요)    

2008/10/17 10:38 2008/10/17 10:38

H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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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마음 단련하라는 의미에서, 그림

영상물을 만들 때나, (때론 논문)을 쓸 때 멈칫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목표가 분명하여 그를 향해 무던히 달려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딸깍하며 눈 앞이 멍해지는 경험, 누구나 해보았으리라. 흔히들 후크가 있다고 말할 때는 원 뜻 그대로 이야기에 갈고리가 있다는 것을 지칭한다. 보는 이를, 읽는 이를 낚아채는 듯한 그 무언가. 바로 그것이 후크다.

며칠 째, 이놈의 후크가 걸리지 않아 좌불안석이다. 만사가 그렇지만, 안달이 날수록 잘 안 풀리는 법이다. 제목은 거창한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밋밋한 것 투성이다.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 그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보니 감동도 감흥도 다 옛 일처럼 아련하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대부분 집 뒷산을 산책하거나 샤워기 아래에 가만히 서 있을 때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후크에 발동이 걸리곤 한다. 보통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방법인데, 후드 티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어도 후크 잡이에 꽤 유용하다. 언뜻 봐도 미신스런(!) 냄새가 나는 이 방법은 참으로 이상하게도 먹히곤 한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이 방법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가 각자만의 방식으로(남에게는 비록 요상하게 보일지라도) 후크를 걸면 된다. 아마도 내게 이런 류의 행위가 작동하는 것은 가장 마음이 편안한 시공간에 자신을 놓아주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복잡한 환경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신을 이완시킨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이다. 특히나 후크같이 엑기스만을 징집해 놓은 듯한 사고의 결정체와 마주하기 위해선 더더욱 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진도가 생각만큼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쉬이 좌절치 말자. 중간고사 바로 전날, 마지막 날에 뭘 하며 놀지,하는 식의 생각이 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한 가지 분명한 건, ...는 당신의 지리멸렬한 싸움이 끝난다는 것이다.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아니지만,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겠지만. 에라이. 어차피 그런 싸움의 연속이라면 이왕이면 느긋이 즐겨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후크. 그 한 방으로 인생역전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밤 잠 설치는 당신의 프로젝트()에 일말의 도움은 될 것이다. (생각해 보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다려라, (후크가) 걸리리니.

2008/10/16 02:43 2008/10/16 02:43

[타임뮤지엄] 오디오 북 시리즈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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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dams, 1974


죽음이란 어쩌면 죽어감을 품은 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고, 죽음이 살아있음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여기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며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평탄불감증과 마주한다. 현재 상황에 대한 당연함이 그저 우연함에 기댄 것임을, 그래도 살아있어 얼마나 다행인지를 미처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생채기 난 무릎, 부서진 범퍼, 텅텅 빈 잔고를 보며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당연치 않았음을, 감각이 무뎠음을, 그저 다행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빠른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늦되다. 우리는 민첩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둔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버겁지만, 서서히 삶이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죽음을 안고 죽어가거나, 죽어가며 죽음을 생각하는 건 비단 슬프고 괴로운 일이 아니다. 실체와 맞닥뜨리는 순간은 실로 두렵지만, 그 이후에는 온전한 평안이 찾아온다. 삶이여, 부디 잔잔하라. 그 앞에 모두가 겸허하리니.

죽음과 죽어감, 강보라, 2008


2008/10/14 05:39 2008/10/14 05:39

사물의 정다움,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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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맨 끝은 항상

   죽음이었네.

 구름나라와 은하수 사이의

 우리의 어린이들을

 꿈의 병신들을 잃어버리며

 캄캄함의 혼란 또는

 괴로움 사이로 인생은 새버리고,

 우리는 화환과 알코올을

 가을 바람을 나누며 헤어졌네

 의식의 맨 끝은 항상

 죽음이었고.

 

 죽음이었지만

 허나 구원은 또 항상

 가장 가볍게

 순간 가장 빠르게 왔으므로

 그때 시간의 매 마디들은 번쩍이며

 지나가는 게 보였네

 보았네 대낮의 햇빛 속에서

 웃고 있는 목장의 울타리

 木幹의 타오르는 정다움을,

 무의미하지 않은 달밤 달이 뜨는

 우주의 참 부드러운 사건을.

 어디로 갈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길과 취기를 뒤섞고

 두 사람의 괴로움이 서로 따로

 헤어져 있을 때도

 알겠네 헤어짐의 정다움을.

 

 불붙는 신경의 집을 위해

 때때로 내가 밤에 깨물며

 의지하는 붉은 사과, 또는

 아직도 심심치 않은

 오비드의 헤매는 침대의 노래

 뚫을 수 없는 여러 운명의

 크고 작은 입맛들을.        

2008/10/12 03:47 2008/10/12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