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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9  영화는 영화다 (5)

영화는 영화다

. 제목하고는. (속된 말로) 아구가 이렇게 딱딱 맞는 영화를 보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막판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는 추석 연휴 내내 조용한 흥행성적을 내면서도 농도 있는 짜임새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대략적인 플롯을 알고 갔던 터라, ‘이게 과연 이야기가 될까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타고난 이야기꾼의 하드보일드는 빠른 후크에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김기덕의 내공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말로만 듣던 소.간.지

 

우려했던 강지환의 연기는 생각보다는 나았다. 특히 정적인 씬에서는 그의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났지만, 되려 감정을 휘몰아치면서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놀라울 만큼 노련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8할은 소지섭(이 영화 이후로는 소간지) 이 끌고 간다고 봐도 된다. 혹자는 소간지의 우수에 젖은 눈빛과 몸의 디테일이 얼치기 스타의 후까시와 어슷하다고 말할는지 모른다. 또는 소지섭의 연기는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이어지면서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고 평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소지섭의 경우에는 그 간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쭉- ‘그 안에 갇힌다 해도좋겠단 생각이 든다. 간지도 아무나 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놈놈놈에서 정우성이 보여준 수려한 카우보이놀이나 이 영화에서의 소지섭의 간지 나게 담배 피우기등은 후천적인 반복학습에도 기인하겠지만, 그보다는 타고난 간지성이 내재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 그들의 기럭지는 덤이고, 기본기는 존재감이란 거다. 거기서 간지의 정점이 찍히는 거다. (주변의 한 친구는 소간지 때문에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고 하니, 말 다했다. ‘놈놈놈때도 말했던 거지만, 간지나는 것도 능력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와 폭력

 

엄연히 감독 난에 장훈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서도 넓게 드리워진 김기덕의 그림자를 거두어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나리오를 탑처럼 쌓아두고 아래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빼서 영화를 찍는 다는 통설처럼, 그는 응어리진 이야기 더미를 끌어내듯 후두두둑 뱉어낸다. 외람된 비교인지는 모르지만, 김기덕을 보면서 문득 김아타가 떠올랐다. 둘 다 내게는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이지만, 번뜩이는 재능을 지닌, 범상치 않은 이로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철학적이고 변칙적이면서도 동양적인(나는 가장 동양적인 감독과 사진작가로 이 둘을 꼽겠다. 엄한 국악인을 갖다 붙이는 건 너무 일차원적이지 않은가.) 이 둘은 아마도 그렇기에 우리보다는 서양권에서 환영 받나 보다.

각설하고 김기덕은 영화에서 영화와 폭력이라는 상관없어 보이는 두 주제를 잘 배합하고 있다. 연기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다가 영화 속 폭력을 현실에서의 폭력으로 치환시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리얼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둘 다 현실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그 바깥 어디선가 유유자적하게 현실을 조소하는 듯한 분위기가 묘하게 다가온다. 잘 나가는 영화배우나 깡패나 삶이 진짜 같으면서도 가짜 같은 것은 비슷한 거 아니냐고 어르기도 한다. 결국 김기덕이 말하고 싶었던 건 영화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기고자 하는 진정성에 대한 재고가 아닐까 한다. 현실을 대변하는 요소로서의 폭력은 오히려 더 영화적이다. 곧 죽어도 연기가 생명인 배우의 눈 앞에서 실제 사람을 죽이는 깡패의 액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한 경험이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영화가 있느냐고, 감독은 자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자체도 영화의 일부분이다. 영화 속에 영화가 있고, 또 그 안에 인물들에 내재된 각각의 영화(세계)가 있는 꼴이다.

 

여전히 남겨진 숙제

 

물론 김기덕이 여성을 배치시키는 문제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극중 홍수현이 소지섭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여는 부분은 생략된 서사가 많다. 주변인물들의 행동에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치기가 부족했고, 설명을 위한 컷이라고는 하지만 군더더기같이 느껴졌던 게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소소하게 빛을 발하고 있어 기특하다. 아니, 멋지다.  

2008/09/29 20:33 2008/09/29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