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일지 1980 -7] 파스타와 중간값
중간값(mid-point)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얻어진 n개의 수 중 가장 큰 값과 가장 적은 값의 평균값을 중간값이라 일컫는다. 대표값이라고도 한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파스타’를 정의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얻어진 n개의 음식 중 가장 선호하는 값과 가장 꺼려하는 값의 평균값을 파스타라 한다’고. 이 같은 정의가 얼추 맞아떨어질 정도로 파스타는 우리 일상에 급속도로 퍼졌고, 가장 대중적인 서양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볼로네제 소스(혹은 미트볼 소스)를 듬뿍 얹은 스파게티만이 파스타의 대표유형으로 꼽혔던 것을 상기해볼 때 오늘의 다양함은 괄목할만한 성장의 결과이다. 
파스타가 기원전 3000년경에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는 설은 일전에 소개했던 ‘라면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말하자면 밀가루로 만들어진 국수형태를 통틀어 대부분은 중국 땅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던 것이 11세기경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 건조한 곡물상태로 저장 및 가공이 쉬워 당시 식품군으로써 각광을 받게 되었고, 이러던 것이 1830년경 미국으로부터 토마토가 들어오게 되면서 파스타의 대표적인 소스 중 하나인 토마토 베이스드 소스가 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외식을 한다고 하면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파스타이지만,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것이 파스타이기도 하다. 일전에는 가장 대중적인 파스타 종류인 스파게티(면)만이 슈퍼마켓의 파스타류 칸을 몽땅 차지하곤 했는데, 이제는 푸질리, 마카로니, 페투치네, 펜네 할 것 없이 선택에 있어서도 다양함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이에 곁들일 소스나 향신료, 서양채소까지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옛 어른들이 국수를 즐겨먹었던 만큼 친숙한 것이 파스타 요리다. 이렇듯 여러모로 ‘공인된’ 중간값을 가진 파스타의 매력은 다양한 지점에서 발견되고 있다.
입맛 - 맛의 중간값
정설은 이렇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적도에 위치한 나라들의 요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가거나 축구경기를 할 때 이탈리아를 위시한 남
유럽인들이 열정적으로 살아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은(‘에스프레소’편에서
도 잠시 드러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음식문화에 대한 많은 철학적 배경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전문적인 선상에서 현학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일컫지는 않는다. 그보다 훨씬 일상적인
수준에서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이 묻어난다는 뜻이다. 밀레니엄 이
후부터 이탈리아 북부지방을 시작으로 불고 있는 ‘슬로우푸드(Slow Food)’운동은 현재 전지구를
메뚜기 떼처럼 덮고 있는 ‘패스트푸드 열풍’을 잠식시켜보고자 시작된 캠페인이다. 우리의 먹거리
에 대해, 또한 우리의 식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우리의 몸을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몸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먹자는 사고방식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늘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 이탈리아인들이다 보니 한국인 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즐겨먹을 수 있는 ‘파스타’와 같은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특
히 올리브오일이나 마늘, 토마토와 양파 등과 같은 파스타의 주재료는 우리의 입맛에도 별 거부
감 없이 잘 맞아떨어지는 장점이 있기에 파스타 요리를 한층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 대중화가
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에 우리네 입맛이 맞추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양 음식 중 유
입된 시간에 비해 대중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들이 많음을 감안할 때, 애초부터 ‘입맛에 자연스레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정해져 있다고 보여진다.
소개팅 - 기호의 중간값
소개팅을 한다고 가정하면 가장 어려운 것이 ‘어디서 만날까’와 ‘무엇을 먹을까’란 질문이다. 이는 대부분 남성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고, 여성들은 소개팅 남성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예컨대 남성이 소개팅이 많이 이뤄지는 강남역이나 신촌의 유명 파스타집을 미팅 포인트로 정한다면 상대 여성은 ‘쳇, 역시 흔하기는’하며 콧방귀를 뀔 수도 있는 노릇이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정도면 무난하지, 뭐’정도로 눈감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창 파스타가 여심을 자극했을 때에는 대부분의 모임(그 중에서도 여성모임)은 파스타 집에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열기가 식은 오늘까지도 대부분의 파스타 집에는 여성고객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들의 파스타를 향한 극진한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대체 여성들은 왜 그리도 파스타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는 파스타가 기호의 중간값 정도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은 짜장면이나 햄버거에 비해(물론 감자탕이나 삼겹살에 비해서도) 파스타는 먹는 모습이 우아한 편에 속한다. 특히 소개팅과 같이 상대편에게 ‘적극적으로 잘 보일 의사’가 전제로 깔린 모임에서는 더더욱 각광받는 메뉴다. 다음으로는 가격대비 포만감에 있어 뒤지지 않는 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개팅 시 너무 배가 불러도 집중력이 흩트려지기 마련이고 너무 배가 고파도 민망한 (배곯은)소리로 이미지를 망치기 십상이다. 그 외에도 영양소적인 면에서도 (칼로리만 뺀다면야)나쁘지 않은 축에 속하고, 대부분의 파스타 집이 여성고객층을 겨냥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꾸며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적당하다. 물론 남성들 중에는 ‘파스타’하면 인상부터 찌푸리며, ‘먹은 것 같지 않다’는 투정을 부리는 무리가 있을 줄 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여자 말 들어 안 좋을 것 없다’는 웃어른들의 말씀을 상기할 때, 기호의 중간값 정도는 때때로 맞춰줄 줄 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큐티진 7월호 수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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