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훔쳐보기

카레집 토라네 책들
누군가의 추천으로 가게 된 한 카레집은 여대 앞이라 그런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대학가 주변의 까페가 표방하는 ‘내 방 한구석 같은 포근함’이랄까. 주인 스스로 즐겨 듣는 음악을 틀고, 아끼는 소품을 여기저기 배치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구석 한 켠에 놓아둔다. 손님들은 오며 가며 자유로이 그 책을 뽑아들기도 하고, 어떤 책들이 있나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책꽂이의 컬렉션을 살펴보며 주인의 취향을 가늠해보기도 할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방을 우연히 가게 되었을 때 친구의 의외의 모습은 책장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녀취향의 옷차림을 즐기지만 하드SF 마니아라던가, 매일 고매한 이론서만 들먹거리지만 책장엔 무협지만 가득할 때, ‘내가 이 사람을 알긴 아는건가’하고 머쓱해진다. 숨막히는 책장, 흥미진진한 책장, 의외의 책장, 낄낄거리게 만드는 책장 등 책장에도 나름의 인상이 있다. 내 책장은 어떤 것일까-곰곰히 생각해보는 밤이다.
p.s 이 카레집의 주인은 여행을 좋아한단다. 몇 달동안 문을 닫고 여행을 가기도 한단다. 문을 닫는 날은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니 참고하시길. 남자분들 보다는 여자분들이 좋아할만한 곳이었다. 카레나 튀김도 맛있었지만, 정작 밥이 일품이었다. 퍽퍽하고 오래된 대형전기밥솥 맛이 아니라, 갓 지은 압력밥솥의 밥마냥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진짜 맛있는 밥을 파는 집을 발견했다.

강보라 에 의해 창작된 책장 훔쳐보기 은(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